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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Feb 17. 2023

불면증

2023.2.17 금요일


지난 10일간 사흘을 새벽 세네시에 잤다.

이틀 연장 새벽에 잠 들고나서 다음 날은 시체처럼 보냈고, 어제는 4시에 잤으니 오늘은 어찌 될지 모르겠다.

상태가 안 좋긴 하다.


--


어젠 도통 잠을 못 이루며 내가 왜 못 자는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매우 일반적인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 문제는, 우선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이 때문인가. 이 또한 아직은 거론하고 싶지 않았다.


생활습관의 변화를 생각해 보다가 하루 카페인 투여량을 따져봤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테라로사 원두로 바꿔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바꾼 지는 2주가 넘는다. 매일 마시는데 매일 못 자는 것도 아니니 테라로사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심지어 오후에 마시던 라떼도 최근엔 안 마시고 있었고, 라떼 대신 몸에 좋(은 것같)은 오설록 차를 마시고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검색창에 '오설록 카페인'을 써넣었고 나는 오설록 차에도 카페인이 미량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미량인데?


아니야, 미량이긴 한데, 하고 생각하며 몸을 뒤로 돌려 협탁에 올려진 오설록을 쳐다봤다. 혹시 이것 때문인가?  뜨거운 물 1리터를 보온병에 담아 티백을 넣고는 그걸 하루 종일 따뜻하게 마시고 있는데, 그 물을 밤까지 마실 때도 있었다. 밤 10시고 11시고 계속. 그러니까 오늘 새벽처럼. 미량이긴 하나 자기 전까지 투여되다 보니 잠을 자지 못하는 사달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고 결론을 냈다, 우선은.


새벽 4시 넘어 잠들어서 아침 8시에 깼다. 차라리 더 잤으면 싶었는데 이상하게 잠은 더 안 왔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약간의 취기 같은 걸 느끼며 살아있는 중이다. 아침엔 글을 쓰지 못했고 대신 책을 좀 읽고 팟캐스트를 들었으며, 오후가 됐으니 그래도 몇 시간만 글을 써보려고 한다. 물론, 오늘은 오설록을 입에 대지도 않을 거다.


+ (애견인분들은 아래 글 읽지 않는 게...좋으실 거예요)


오늘 새벽엔 역시나 그 개까지 짖어댔다. 어디 사는 개인지는 모르나 새벽과 아침마다 짖는 개가 있다. 그 개 때문에 자다가 깰 때가 많고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욕을 한다. 잠결에 대한민국 법은 왜 아파트에 개가 거주하는 걸 불법으로 보지 않는가 같은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생각만으로도 천만 애견인의 타깃이 될 것 같아 겁을 집어 먹으며 다시 잠에 들곤 하는데, 어제도 간신히 옅게 잠에 들었다가 개소리에 깨면서 짜증을 냈다.


그 개는 새벽 2시에 짖기 시작해 15분 정도 숨 쉴 틈을 주었다가 계속 짖어댔다. 당연히 아침 7시에도 짖었고 8시에도 짖었다. 그 개의 주인은 도대체 뭘 하는 걸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개 주인에게 화를 내며 '새벽에 짖는 개'를 검색해 봤는데 새벽에 개가 짖는 이유엔 외로움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있다고 했다. 개를 키울 거면 개의 감정도 좀 신경 써줘야 하는 거 아닐까. 몇 개월째 저러고 있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 오늘 같은 날엔 그 개가 내 눈에 안 띄었으면 좋겠다. 문제는, 나는 그 개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는 거. 너, 누구니! 얼굴 좀 보여줘봐봐! (보여줘봤자 나는 널 만지지도 못하겠지만!)(개 무서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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