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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스크랩

<글쓰기의 철학>을 읽다가

by 황보름

간혹 내가 쓴 소설에 대한 비판을 듣는다(아주 간혹). 그중 하나가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소설엔 무릇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 말을 한 사람은 곧 이런 말도 덧붙였다. 사실 제가 소설은 잘 안 읽어요.

소설이란 자고로 이러저러하게 쓰여야 하고, 또 소설가란 소설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써야 한다는 어떤 글로벌 룰같은 게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소설을 쓰기 전에도 세상에 그런 건 없다는 걸 알았다. 기승전결이 없는 소설도 있고, 소설을 쓰는 방법도 천차만별.

지금 읽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글쓰기의 철학>에서 포는 찰스 디킨스에게 온 편지를 언급한다. 편지에서 디킨스는 작가 윌리엄 고드윈이 <케일럽 윌리엄스>라는 소설을 2권부터 썼다는 사실을 전한다. 2권을 쓰고 나서 2권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1권을 뒤이어 썼다고.

이런 것이다.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소설이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도 어려울 테고. 셀 수 없는 변주와 주장과 고민과 즐거움이 섞인 것, 이게 소설 아닐까. 소설이든 무엇이든 그저 자기가 생각하는 바대로 밀고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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