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 포함되어 있습니다.)
짜임은 다소 엉성하더라도 실화가 주는 힘이 있다. 누군가가 실제 살아냈던 삶이 영화화되려면 그 삶엔 어떤 요소들이 있어야 할까. 이 영화는 시리아 난민이라는 첫 번째 요소로 시작해 소수의 인간만이 도달할 수 있는 용기라는 두 번째 용기로 뻗어나간다.
이 영화를 보며 당연하게도 나는 내가 시리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시리아 아이들도 똑같은 아이들일진대 그 아이들이 술을 마시며 파티를 하는 모습에 놀라는 걸 보니. 영화적 장면이긴 하겠지만 저 멀리에서 폭탄이 터지는데도 아이들은 파티를 하며 밤을 즐긴다. 그 폭탄이 서서히 나에게로 다가오기 전까지.
영화 초반엔 내전이 주인공들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기막혔던 장면은 수영 선수인 두 아이 중 더 실력이 뛰어난 둘째 아이가 시합을 할 때 나온다. 미사일이 수영장 건물을 뚫고 들어와 물속으로 떨어지고, 시합을 하느라 건물이 부서진 줄도 모르던 아이의 눈앞에 미사일이 뚝 떨어진다. 아이는 수영을 중단하고 이어 시리아에서의 삶도 중단한다.
목숨을 건 탈출. 두 아이의 목표는 독일에서 난민 신청을 한 뒤 가족을 불러들이는 것. 시리아에서 독일로 가는 길엔 거짓과 진실이 반씩 섞인 선택들이 놓여있고 아이들은 정보 없이 선택으로 뛰어든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장면은 작은 고무보트에 의지해 바다를 건널 때였다.
사기꾼들이 건넨 허술한 고무보트엔 초과 인원이 탑승했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엔진은 멈췄다. 보트가 무거워 다 죽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자 첫째 아이가 바다로 뛰어들어 무게를 줄이고 이어 둘째 아이도 뛰어든다. 두 아이는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헤엄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면 궁금하다. 우리 내면엔 우리가 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데 왜 누군가는 어느 순간에 가장 위대한 가능성을 꺼낼 수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꺼내지 못하는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