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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Jul 15. 2019

[드로잉 15일] 그림자

지난 토요일에 바이올리니스트 신예찬을 그리며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보이는 족족 모든 그림자를 다 표현하면 안 된다는 것. 어두운 조명 아래 서 있는 신예찬은 그 자체로 그림자가 서 있는 것만 같았는데, 그렇다고 그를 온통 새까맣게 칠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림자 역시 접속사처럼 꼭 필요한 데만 넣어야 하는 듯!


보이는 모든 그림자를 그리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하루가 지난 어젯밤. 나는 한 출판사 대표님이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해준 네이버 웹툰 <마음의 숙제>를 정주행 했다. 정주행 했다고는 하나 30회도 안 되는 터라 다 읽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나는 타임 슬립에서부터 뱀파이어까지 비현실적인 이야기엔 우선 주춤하는 편인데, 그래서 이 웹툰이 뱀파이어물이라는 걸 알고는 잠시 고민했다. 얼른 인간들만 나오는 다른 웹툰을 찾아볼까 아니면 대표님을 믿어볼까. 결국 대표님을 믿어보기로 고 보기 시작! 아, 이 아련한 뱀파이어들이여! 인간의 모습을 한 뱀파이어. 여자 주인공의 첫사랑인 뱀파이어.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된 뱀파이어. 착한 뱀파이어들. 그래서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뱀파이어들.


하나의 문장으로 깊은 여운을 자아내는 이 웹툰을 읽으며,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실은 어젯밤 내가 가장 유심히 건 그림자였다. 어딘가 슬퍼 보이는 뱀파이어들의 얼굴엔 그림자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낮엔 활동하지 못하는 뱀파이어 특성상 주로 밤에 활동하는 그들의 옷 어디 어디에 그림자가 그려져 있는지, 혹 그림자를 아예 안 그리기도 하는지.


지금 이 글은 버스에서 쓰고 있다. 밤이고 비가 오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난 후라 기분이 좋다. 그리고 스마트 폰으로 글을 쓰는 내 눈에 여러 그림자가 보인다. 분주히 움직이는 손가락 아래 그림자. 스마트폰을 느슨하게 움켜쥔 손바닥 그림자. 스마트 폰이 에코백에 드리운 그림자. 에코백이 팔뚝에 드리운 그림자. 그림자는 어디까지 그려야 하고 어디에서 생략해야 할까. 어쩌면 접속사처럼 그림자 역시 감각에 의지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감각이란 건 많이 해봐야 생긴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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