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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l 15. 2019

저는 재이고, 쟤는 와니에요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1

*. 본 콘텐츠는 <하루 20분 나는 한다> 매거진에 여러 작가들과 공동으로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 이전 편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고자 할 땐 항상 명심해야 할 게 있다. 그들은 장난감이나 집 지키는 로봇이 아니라, 따뜻한 심장과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평생을 함께 한다는 각오로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이는 입양이든 분양이든 동일하지만, 입양은 자격조건이 있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그냥 돈을 주고 물건을 사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보다 작고 약한 그들을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돌봐줄 수 있어야 하고, 동거인이 생기든 안 생기든 항상 함께여야 한다. 아프다고 자식을 내팽개치거나, 결혼을 한다고 부모님을 저버릴 수 없는 것처럼, 가족이기에 어떤 이유도 이별의 변명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근 시일 내엔 유학이나 결혼 예정이 없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부모님 허락도 없이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반대에 부딪힌다거나, 결혼하려는 상대 또는 상대의 부모님이 고양이 키우는 걸 반대한다거나, 또는 곧 한국을 떠날 일이 생길 경우... 반려동물은 생각보다 쉽게 길에 버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유기묘를 입양할 땐 이런 결격사유에 해당사항이 없는지 먼저 확인을 한다.(개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리라.)  경우엔  많은 질문이 이어졌었고, 그 후엔 집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응? 집 사진을 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이들 살 집이니 살만한 곳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당연했단 생각이 든다.


미리 준비해둔 사료, 밥과 물 그릇, 그리고 화장실(여담이지만 저 사료는 사실 애들 건강에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다는걸 나중에 알고 바로 다른 사료로 바꿨다.)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모래는 세가진데 화장실은 하나 뿐이라 상자로 대충 만들었던 간이 화장실들


그렇게 든 테스트에 통과돼 입양이 확정 후에도 할 것들이 좀 있다. 먼저 아이들이 먹을 사료와 밥그릇, 물그릇, 그리고 화장실과 화장실에 쓸 모래 등을 갖추고 인증숏을 찍어 보내야 한다. 아이들을 맞을 준비가 끝났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관문을 넘으면, 이제 아이들을 집으로 맞이할 날짜를 정한다. 보통은 다른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 시간 날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일명 '이동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 서로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조율해야 한다.


약속의 날이 다가와 드디어 봉사자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오 캐리어 문이 열리면(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이들은 꼼지락거리며 나와 방을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새 집을 탐색한다. 사자분은 그런 아이들을 같이 지켜보다 서류(일종의 계약서)를 꺼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시곤 서명을 하게 한다. 법적으로 아이들에게 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증서에 선서를 하는 것이다. 이것도 다 끝냈다면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게 있다. 아이들을 사고팔기 위해 매기는 가격이 아닌, 아이들생명에 무게를 싣고 반려인에게 책임감을 갖게 하는 '책임비'를 입금하고 나면 비로소 온전한 가족이 탄생한다. 




가족이 된 아이들에겐 이름이 필요했다. 오로라와 동이는 입양 전 이름으로 치 태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내 이니셜 JY를  따 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렇게 니셜 J에서 '재이', 이니셜 Y서 '와니'라는 이름이 탄생다.


생각보다 이름이 어려운지 사람들은 곧잘 아이들 이름을 제이와 와이, 제니와 완이 등으로 부르곤 한다. 하지만 그럴 때 나는 더 기쁨을 느낀다. 아이들을 정말 내 아이처럼, 분신처럼 생각해서 - 나비, 냥이처럼 고양이라는 종에 기반한 이름, 까망이처럼 색깔에서 온 이름, 만두, 호두처럼 음식에서 온 이름 보단- 진짜 '이름' 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이니셜 발음을 그대로 이름으로 만들지 고, 영어보단 좀 더  느낌이 나는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 그래서 제이나 제니가 아닌 재이고, 와이나 완이가 아닌 와니였다. (와니는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떠올렸다.)


왼쪽이 와니(전 울동이), 오른쪽이 재이(전 오로라)


그렇게 오로라는 재이, 울동이는 와니 됐고, 여전히 곁에서 잘 자라주고 있다. 이름을 불러도 알아봐 주는 건 열에 한두 번 정도고, 보통은  무반응이거나 대답 없이 만 살짝 움직이는 정도지만, 난 알 수 있다. 제 이름인 건 알지만, 그저 그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뿐이라는 걸. 내가 그 이름을 불렀을 때, 아이들은 그저 그 자체로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꽃이 되었다.





*.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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