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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Jul 16. 2019

[드로잉 16일] 크로키북

줄 없는 평범한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다가, 지난주에 크로키북을 두 권 새로 샀다. 전에 쓰던 연습장이 조금 남긴 했지만, 크로키북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갈아탔다. 수채화까지 가능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적은 있지만, 드로잉 전용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건 처음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하니, 왠지 그림도 더 잘 그려지는 것 같다.


크기는 일반 책 보다 조금 큰 정도이고, 두께는 일반 책과 비슷하다. 종이 두께는 수채화가 가능한 스케치북보다 얇다. 그렇더라도 일반 연습장보다는 두꺼운 듯하다. 무엇보다 뒤표지가 정말 센스 있다. 어디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딱딱한 재질이다. 그림 고수들은 별 걸 다 언급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림 초보자인 내겐 마냥 신기할뿐. 생각해보라. 이 크로키북을 들고 다면 어디 대고 그릴 데 없나 요리조리 주변을 살피며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길을 걷다 운치 있는 벤치를 발견하면 그냥 그 앞에 서서 손에 들고 그림을 그리면 된다.


총 80 매다. 며칠 사용해보니 평균 하루에 한 장정도면 충분하거나 아주 조금 모자를 듯하다. 그렇다는 건 9월 말 정도 되면 이 크로키북의 마지막 페이지에 그림을 그리게 되리라는 . 물론, 9월 말까지 매일 20분 그림 그리기를 계속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이 크로키북을 그림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서라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 같지만, 뭐, 사람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 크로키북이 집에 도착하고부터 얘를 언제쯤 밖에 데리고 나갈까 궁리 중이다. 어디서든 얘를 멋지게 펴놓고 역시나 멋지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왕이면 그 장소가 체코 까를교 어디쯤이었으면 좋겠지만(프라하성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위치면 더 좋겠지), 당분간은 그럴 일이 없으니, 우선 급한 대로 언제 카페라도 데리고 나가야겠다. 카페에 데리고 나가 앞에 앉은 사람을 몰래 훔쳐보며 그려봐야지(혹시 이거 불법인가?). 하지만 이건 미래의 일. 오늘도 우리의 크로키북은 내 방 책상에 고이 누워 자신의 흰 종이를 내게 아낌없이 베풀어주었다. 나는 그 위에다 우리의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그려 넣었다. 그런데, 첫 만남이 영 좋지를 않네?


원래는 이 얼굴이 아닙니다 제가 잘못 그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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