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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17. 2019

[하루 20분 12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꿈은 우리를 웃게 한다.

어제 나의 휴대폰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불이 나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남편의 '도착' 알림을 받은 후 무음 모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미리 약속한 전화가 있을 때 빼고는 하루 종일 시계 역할만 충실히 하는 나의 휴대폰은 잠정 휴업 상태였다.  


업무 성격상 조용하게 서류를 살펴 오류를 찾아야 하는데 일반 전화에 휴대폰까지 울리면 그 소리들이 사무실 안을 점령해 버려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럴 때 꼭 오류가 나기 때문에 얼굴 표정이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작은 오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 년간 '주택관리사'시험을 준비했는데 혼자 공부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고지를 탈환하지 못하고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달에 시험이 있었던 걸 알았지만 전화 한 통 해주지 못하고 그냥 넘긴 게 미안했다.    



pixabay - 꿈. 불꽃 



시험 얘기와 조카애들 얘기하다 막내 조카가 드디어 상경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올케언니와 조카랑 둘이서 서울 콘서트에 다녀온 후 어느 날 다시 서울에 가더니 그날 바로 오피스텔 계약과 학원까지 등록하였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꿈 앞에서는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대범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우리 조카가 엄마 아빠랑 떨어져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오빠와 통화를 하는 내내 우리 때와 같지 않은 조카의 용기가 나이 먹은 고모를 부러움에 웃음 짓게 했다. 


급한 전화 때문에 통화를 계속할 수는 없었지만 조카의 웃음 띤 얼굴이 눈에 선했다. 엄마 아빠한테 어린양 만 부리며 생활하던 조카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혼자 지낼 생각을 하니 안쓰러운 맘도 들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는 넘어질 수도 있고 포기하고 픈 맘이 들 때도 있겠지만 이루고픈 열망만 있다만 반드시 웃을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케언니가 어떤 맘으로 조카의 서울살이를 허락했는지 그 맘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조카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아침에는 홀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땀을 흘릴 우리 조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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