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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너블 티처조 Mar 20. 2020

014 창업 기술, 500만 원짜리 스킬

관찰, 적용, 그리고 반복

남을 위해 일하다가 나를 위해 일하는 순간, 창업이 시작된다. 당신이 벌써 작은 공간을 얻고, 책상 한두 개를 배치하며, 다육 식물 화분을 선물 받았다면, 본격적인 사업을 출발한 셈이다. 이제 이전과는 다른 '용어'를 쓰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눈'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관찰하는 태도와 같은 말이다.



전부터 별다른 생각 없이 이용했던 동네 식당이 오늘따라 다르게 보인다. 테이블과 의자 색깔이 어울리는지도 따져보고, 수저통과 앞접시의 위생 상태도 점검해본다. 다른 손님이 들어올 때 종업원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곁눈질로 흘끔거리고, 식당 사장님은 종업원과 손님을 대응할 때 어떻게 다른 지도 비교해본다. 뿐만 아니다. 갑자기 메뉴판을 펼쳐 주력 메뉴와 미끼 메뉴를 짐작해보고, 주력 메뉴 단가와 테이블 회전율을 계산해 일일 매출을 예상해본다.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 업종에 관계없이 이런 습관이 생긴다. 동네 미용실에서 커트할 때도, 동네 와인바에서 와인을 마실 때도, 동네 과일 가게에서 귤 만 원어치를 살 때도, 관찰은 계속된다. 이게 바로 새로운 '눈'이다.



하지면 '보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데, 본 것을 내 사업에 '적용'하는 단계다. 아무리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더라도 알맞게 응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최근에 내가 적용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집 근처 떡볶이집을 갔다. 떡볶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테이블에 위에 놓인 작은 포스터 거치대가 눈에 띄었다. SNS 이벤트를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자연스레 눈길이 갔고, SNS에 포스팅을 하면 김말이 튀김을 서비스로 준다기에, 무심코 참여했다. 공짜 김말이라 더욱 맛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사업가가 될 수 없다.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이런 이벤트에 참여했을까? 그건 바로 '미니 포스터 거치대'가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떡볶이를 먹고 곧장 집으로 갈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사무실로 갔다. 그 자리에서 인터넷을 뒤져 떡볶이집 거치대와 비슷한 제품을 검색했다. 수십 가지 중에 더 깔끔하고 더 예쁜 디자인을 추렸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그 안에 들어갈 문구를 번개같이 작성했다. 그렇게 러너블 미니 포스터 거치대가 완성됐다. 러너블에 처음 오는 학생은 꼭 한 번씩 거치대를 들여다본다. 그때마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떡볶이집 사장님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관찰하고 적용하기. 이걸 반복하기. 이런 태도야 말로 500만 원짜리 사업 컨설팅과 맞먹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업 기술이다. 오늘 저녁에는 어디에 들를까?


https://learnab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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