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고의 창업 파트너는?
'책을 읽는 사람은 망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께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그런 말을 듣는다고 순순히 책을 읽진 않는다. 독후감을 제출해야 했기에 책을 읽는 '척'만 했다. 요약된 줄거리만 읽고, 결정적 사건만 첨부한 후, 혼나지 않을 정도만 완성해서 냈다. (돌이켜 보면, 이 정도 정성이면 그냥 읽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20년이 지난 지금, 담임 선생님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책을 읽는 사람은 망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중요한 단어가 하나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버전으로 수정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계속' 망하지 않는다.
책과 창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책을 읽으면 창업에 성공한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확실히 '덜' 망한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덜 망하는지, 지난 1년간 몸소 겪은 두 가지 이야기를 공유하겠다.
첫째, 내 생각이 참신하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 예전에 시 창작 수업에서 들었던 말이 있다. 시인이 시집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들과 비슷한 문장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고. 창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박 아이디어, 대박 이벤트, 대박 광고라 생각했던 게, 책을 읽다 보면 아주 흔한 아이디어, 흔한 이벤트, 흔한 광고로 변하게 된다. 이미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진작에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내 생각을 기존의 생각과 다르게 발전시켜 나간다. 조금씩 덜 망할 수 있다.
둘째,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창업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기'를 일에 '갈아 넣는다.' 최저임금은커녕 자나 깨나 사업에 몰두하니, 자발적 노예가 되고 만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런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뇌과학 책 한두 권만 읽어도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되고, 시간관리 책 한두 권만 읽어도 개인 생활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사업을 무사히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심리학 책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미미하게나마 이해하게 되고, 마케팅 책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단서를 얻게 된다. 이렇게 점점 덜 망할 수 있다.
실무를 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어야 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당장 눈앞에 쌓인 일 때문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멀리 보면, 책은 정말이지 안전한 투자처다. 창업과 도박은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취하고, 한 방을 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흔한 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덜 망하는 종류의 창업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