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에서 출발하라!
어떤 일에 불편을 느껴 본 사람이 모두 사업을 하진 않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은 모두 특정한 일에 불편을 느껴 본 사람이다. 유선 마우스의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무선 마우스를 만들었고, 눈부신 햇빛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선글라스를 개발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아이템은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제품이나 서비스이다. 그렇다면 작은 영어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어떤 불편함을 느꼈고, 누구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있을까?
2009년 여름, 본격적으로 영어 정복에 나섰다. 수능 영어성적은 4등급 턱걸이었고,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해본 경험이 없었으며, 대학 전공은 체육이었다. 도대체 영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영어학원을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우연히 이익훈어학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AP NEWS 받아쓰기' 시리즈를 발견했다. 나는 뭣도 모르고 무작정 AP NEWS를 반복해서 들었다. 당시에 스마트폰이 널리 쓰이지 않았던 터라 MP3플레이어에 넣고 다녔다. 오바마가 막 취임했던 시기여서 AP NEWS에는 온통 오바마 정책 이야기로 가득했다. 한국 정치에도 무지했던 내게 미국 정치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결과, 영어에 매일 4시간을 투자하면서도 매번 불편했고 매 순간 불안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방법이 맞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AP NEWS에 나오는 시사 단어를 전부 외워야 하는지, 문장은 입으로 몇 번 따라 해야 하는지, 모르는 표현이 나오면 공책에 베껴 쓰며 정리해야 하는지 등, 누가 내게 알려주길 바랐다. 하지만 나는 무식하게 영어를 접했고 미련하게 시간을 투자했다. 돌이켜 보면, 아예 영어를 접하지 않은 것보다야 나았겠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인 공부 방법이었고, 그때 영어 습득에 방해되는 안 좋은 습관이 베기도 했다. 여로모로 불편함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현재 나는 12년 차 영어강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는 나중에 천천히 풀겠다.) 나는 오랫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세세히 기록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가운데 최악의 수는 영어를 처음 접했던 'AP NEWS'이다. 내 영어실력으로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어려웠다. 또한 당시에는 영어 스피킹보다 영어 청취가 대세였다. 개중에서도 뉴스 청취가 유행이었다. 뉴스를 잘 듣는 사람이 곧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영어 유행'의 최대 피해자이다. 우리말로 된 뉴스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미국 정치를 영어로 이해하려고 했다니. 안타깝게도 지금도 이렇게 '거꾸로' 영어를 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국, 나와 비슷한 불편함을 겪은 사람을 위해 '기본 단어' 위주로 영어를 접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또한 영어를 접하는 '유행(쉐도잉 등)'에 휩쓸리며 나만의 영어 학습법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사람을 위해 '나만의 방법 찾기'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끝으로 영어를 시간 날 때만 띄엄띄엄 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매일' 영어를 접하는 '습관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겪은 불편함을 바탕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사업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아이템은 무엇일까? 바로 당신이 겪은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제품과 서비스이다. 당신이 겪은 불편함은 다른 누군가의 불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