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리프트권으로 해석한 운과 노력!
17년 5월, 석가탄신일에 과천 서울대공원에 갔다. 봄 나들이 시즌으로 수많은 친구, 가족, 연인이 모여들었다.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친구와 나의 목적지는 미술관이었다. 코끼리 열차에서까지 지옥철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미술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이라 출구로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동물원, 서울랜드 방향으로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반대편에서 한 부부가 우리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이 스카이 리프트권 사용하실래요?"
우리에게 말을 거는 건지 확실치 않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멈춰 선 사람은 없었다. 가벼운 어깨 부딪침은 이해해줄 정도로, 사람들은 그저 뒤에서 계속 올라올 뿐이었다. 우리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부부에게 되물었다.
"저희에게 주시는 건가요?"
"네, 급한 일이 생겨서요. 좀 전에 샀는데,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스카이 리프트권을 덥석 받았다. 물론 미소도 잊지 않았다. 얼떨결에 두 손에는 스카이 리프트권이 놓여있었다. 기쁨은 잠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게 왜 스카이 리프트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걸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해석하려면 어떤 이론이 필요할까?
나는 '운'이란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운이 작용했다는 말 외에는 더 나은 답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운은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주어지는 하나의 사건이다. 뜻밖의 일이지 노력의 양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나는 사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운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사업은 우리 삶처럼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은 개인이 '사업'이란 거대한 일을 모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며, 확신으로 똘똘 뭉쳐 결정한 일이 빗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일이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일까? 물론 이와 반대로, 운이 따라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터지고, 생각지도 못한 귀인이 찾아오며, 별 기대 없이 베팅한 일에서 엄청난 수익을 얻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내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으로 인해 일어난 일일까?
노력보다 운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중요하다. 내가 17년 5월에 했던 노력은 아침 일찍 서울대공원에 간 것이고, 내가 받은 운은 한 부부에게서 우연히 스카이 리프트권을 받은 것이다. 그게 전부다. 여기서 어느 하나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을까? 사업을 시작하면 당연히 매일매일 노력해야 한다. 노력 없이는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노력에 몰빵 할 때 개인은 지치기 마련이고, 결국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사업의 일부분을 운에게 떼어 주자. 그 정도의 여유는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갖자. 그게 사업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작은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