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21 영어를 아끼는 마음

how I learned English 영상

by 러너블 티처조

2009년 3월, 시험영어가 아닌 실전 영어를 시작했다. 발음기호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영어를 소리 내어 입밖에 내기가 두려웠다. 목소리를 저음으로 깔거나 혀를 굴리는 시늉만 했다. 영어를 발음하는 내 자신이 영 어색했다. 영어는 아무리 올라가도 도달할 수 없는 높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영어는 거대했다.



2020년 3월, 매일 일상에서 영어를 접하고 있다. 낮에는 홍콩계 미국인이 쓴 영어 에세이를 읽었고, 밤에는 국내 영자신문 헤드라인을 읽으며 시사 상식을 늘렸다. 보통 설거지할 때는 미국 경제 팟캐스트를 듣고, 지하철 탈 때는 호주 영어 선생님의 유튜브를 시청한다. 마치 영어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영어는 일상이다.



200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영어를 접하는 매 순간이 즐거웠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칠 대로 지쳐 영어에 염증이 났던 시기도 있었고, 영어가 꼴 보기도 싫어 다른 돈벌이로 외도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짧건 길건 결국 영어로 복귀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영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내가 썼던 방법이 있다. 나는 영어가 두렵고 지겨울 때마다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 창에 'how I learned English'를 입력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찍은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 영상이 잔뜩 나온다. 한국 사람이 올린 영상도 있고,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등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들이 올린 영상도 있다. 각자 자기가 처한 환경에 맞게,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영어를 지속해왔던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의 다양한 '필살기'를 배울 수 있다.



1.PNG 유튜브 'how I learned English' 검색 결과



나는 유튜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고 감동하기도 하지만, 영어를 아끼는 그들의 진솔한 '눈'을 마주할 때 더 크게 감동한다. 그들의 눈에는, 끊임없이 나만의 이유를 찾는 자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에너지가 뿜어 나온다.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은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어를 좋아하는 눈 역시 숨길 수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20 영어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