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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너블 티처조 Mar 30. 2020

021 영어를 아끼는 마음

how I learned English 영상

2009년 3월, 시험영어가 아닌 실전 영어를 시작했다. 발음기호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영어를 소리 내어 입밖에 내기가 두려웠다. 목소리를 저음으로 깔거나 혀를 굴리는 시늉만 했다. 영어를 발음하는 내 자신이 영 어색했다. 영어는 아무리 올라가도 도달할 수 없는 높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영어는 거대했다.



2020년 3월, 매일 일상에서 영어를 접하고 있다. 낮에는 홍콩계 미국인이 쓴 영어 에세이를 읽었고, 밤에는 국내 영자신문 헤드라인을 읽으며 시사 상식을 늘렸다. 보통 설거지할 때는 미국 경제 팟캐스트를 듣고, 지하철 탈 때는 호주 영어 선생님의 유튜브를 시청한다. 마치 영어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영어는 일상이다.



200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영어를 접하는 매 순간이 즐거웠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칠 대로 지쳐 영어에 염증이 났던 시기도 있었고, 영어가 꼴 보기도 싫어 다른 돈벌이로 외도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짧건 길건 결국 영어로 복귀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영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중간중간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내가 썼던 방법이 있다. 나는 영어가 두렵고 지겨울 때마다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 창에 'how I learned English'를 입력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찍은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 영상이 잔뜩 나온다. 한국 사람이 올린 영상도 있고,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등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들이 올린 영상도 있다. 각자 자기가 처한 환경에 맞게,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영어를 지속해왔던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의 다양한 '필살기'를 배울 수 있다.



유튜브 'how I learned English' 검색 결과



나는 유튜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고 감동하기도 하지만, 영어를 아끼는 그들의 진솔한 '눈'을 마주할 때 더 크게 감동한다. 그들의 눈에는, 끊임없이 나만의 이유를 찾는 자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에너지가 뿜어 나온다.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은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어를 좋아하는 눈 역시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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