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롯데리아, 맥도널드, 파파이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웬만한 햄버거 레시피는 내 머릿속 장기기억장치에 담겨있을 정도다. 게다가 내 손바닥 크기가 적당해서 양배추 양을 조절하기가 수월했다. 동작이 날렵하고 손이 잽싼 편이라 같은 시간 동안 동료 직원에 비해 더 많은 햄버거를 만들었다. 그로 인해 점장님과 매니저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동료 직원들 역시 나와 같은 스케줄에 일하고 싶다며 근무표를 조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햄버거를 잘 만든다고 해서 햄버거 가게를 차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햄버거를 빠르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햄버거 매장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은, 다른 차원의 기술이다. 얼핏 겹치는 능력 같지만 비슷한 구석이라곤 '햄버거'란 이름을 제외하면 단 하나도 없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는 일과 미용실을 운영하는 일은 다르고, 배관공이 배관 일을 하는 것과 배관공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마찬가지로 영어강사와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일 역시 다르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기술자'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큰 부담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영어학원을 관리하면서 난생처음 하는 업무를 수없이 처리했다. 영어강사로 살면서는 단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업무였다.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했다면, 4시간은 영어강사로 살고, 4시간은 영어학원 '관리자'로 살았다. 기술자와 관리자는 다른 종족이다.
당신이 어떤 기술을 부단히 갈고닦아, 그 기술이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당장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사업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업은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고객을 모으고, 고객을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을 시스템화하고, 일을 위임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사업을 자동화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법에 빠삭해야 한다. 물론 나도 아직 배울 분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작은 영어학원을 열기 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글은 초보 사업가가 다른 왕초보 사업가에게 건네는 귓속말이다. 부디 나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