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디 Aug 01. 2022

프리토타입: 실패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실패를 학습으로 바꾸는 마인드셋

우리는 실패를 무척 두려워한다. 실패는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걸까?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매년 글로벌 스타트업의 생태 보고서를 내는 "Startup Genome" 2019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12  11개의 스타트업이 실패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실패의 가장  이유는 마케팅이나, 디자인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시장이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이 검증되기  과도하게 기술(개발자 시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속성 받아들이기

어쩌면 마케터나 개발자, 디자이너로서 기본기를 쌓는 것 이전에, 소속된 곳이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 아니면 컨설팅펌이냐가 내 운명을 먼저 가를지 모른다. 같은 역할이라도 구조에 따라 일하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이라는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동네. 스타트업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이전에 테스트하지 않은 혁신적인 것들을 주로 다룬다. 그리고 새로움이 가지고 오는 레버리지는 선형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성장의 규모를 만들어낸다. 동네 중국집의 성장은 한계가 있지만 배달 앱이 가지는 성장성은 예측이 어렵다. 중고 옷가게의 성장은 예측이 가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의 성장 역시 예측이 어렵다. 오늘의 주제인 프리토타입(pretotype)은 혁신과 성장이라는 스타트업의 존재 목적과 관계가 깊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잠재력에 대한 검증의 연속이다. 본질적으로 실패하기 쉽다는 뜻이며, 혁신성이 클수록 실패 확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실패 확률을 줄이는 프리토타입 작업이 사전에 필요하다. 즉, 프리토타입에서의 실패는 '학습'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프리토타입(Pretotype)이란?

프리토타입과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은 프로토타입(Prototype)이다. 피그마나 스케치 같은 툴로 만드는 제품의 초기 모델을 떠올리면 쉽다.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 모델로 프로토타입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 시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를 거듭한다. 반면 프리토타입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전에(pre) 더 적은 비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인 척'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프리토타입을 개념화한 사람은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The Right It)"으로 유명한 구글 출신의 알베르트 사보아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OPD(Other People's Data)와 YODA(Your Own Data)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OPD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고 YODA는 내가 직접 쌓은 데이터를 말한다. 프리토타입은 YODA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출처: Pretotype: how to fail fast and often]


곧바로 프로토타입 제작 시 다른 서비스들이 수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되기 쉽다. 특히 레퍼런스를 조합해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질 경우 다른 서비스에는 유효했던 솔루션이 우리 서비스에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프리토타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서비스에 호응한 실제 사람들의 데이터를 축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몇 달에 걸쳐 프로토타입으로 알아낸 사실을 단 몇 일로 단축함으로써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정량적인 가설

일반적인 설문조사와 프리토타입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제로 서비스에 지불할 의사를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베르트 사보아의 저서에 따르면 프리토타입 진행 시 정량적인 가설을 세울 것을 추천하는데, 공식은 다음과 같다.

X% of Y will do Z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수면에 관심 있는 사람 10명 중 3명은 자신의 어젯밤 수면 리포트를 받아보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러한 핵심 가설이 나왔다면 범위를 점점 좁혀 특정 세그먼트에 직접적으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수면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 종사자 10명 중 3명은 자신의 어젯밤 수면 리포트를 받아보고 싶어 할 것이다."



프리토타입 사례 3가지

지금부터 유명한 프리토타입 사례 3가지를 살펴보겠다. 대부분 B2C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 기업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B2B의 경우는 지양하는 편이 좋다.


[Fake Door - 맥스파게티]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인데 웹사이트나 광고를 먼저 만들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프리토타입. 페이크 도어란 빈 건물에 서점 출입구를 그려 방문자를 조사한 프리토타입에서 출발했다. 대표적인 페이크 도어 프리토타입으로는 맥스파게티가 있다. 맥도널드에 맥스파게티 메뉴가 없는데도 메뉴판에는 존재한다. 만약 누군가 맥스파게티를 주문하면 아르바이트생은 현재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맥스파게티를 만들 수 없다고 사과한 뒤 무료 버거를 제공한다. 이후 맥도널드는 제품을 실제로 만들지 않고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웹 서비스로 바꾸면 내비게이션에 메뉴명만 추가 후 클릭 시 공사 중 같은 문구를 통해 개발을 하지 않고도 클릭률을 사전에 파악해볼 수 있다.

    다만 페이크 도어 프리토타입의 경우 유저 입장에서 사기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의료나 금융 같은 분야에서는 지양하는 편이 좋다. 더불어 무료 버거를 제공한 것처럼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기 위해 가급적 후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는 존재하는 맥스파게티 메뉴


[Mechanical Turk - IBM]

기술을 개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갈 때 사용하는 프리토타입이다. IBM은 사람이 모니터에 대고 말을 하면 자동으로 화면에 텍스트가 입력되는 기술을 구상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실제 사람이 실험자가 말하는 내용을 뒤에서 직접 입력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작업을 하면 이후 확장은 어렵겠지만 초반에 막대한 개발 비용을 건너뛰고 기술의 원형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인공지능에 메케니컬 터크를 활용한 프리토타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출처 : www.simpleusability.com]

개인적으로 자율주행 버스에 메케니컬 터크를 활용한 사례를 좋아한다. 차 내부에 숨을 공간을 만들어 운전자를 숨긴 뒤 실험자에게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고 믿게끔 한다. 자율주행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운전자가 없는 차에 탑승한 사람의 기분이나 두려움 같은 사용자 경험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케니컬 터크는 저임금 노동과 긱 이코노미의 윤리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 라벨링 회사 Scale AI는 자율 주행이나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시킬 인력을 제공한다. 일종의 메케니컬 터크 인력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을 "스케일러"라고 불리는데, 카메라나 센서를 보고 하루 종일 자동차, 보행자, 동물, 자전거등을 구별해 라벨을 붙인다. 반면 챗봇 서비스에서는 인공지능을 대신해 인간이 대신 채팅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AI 기반의 메케니컬 터크는 노동권의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YouTube - DropBox]

드롭박스는 파일 동기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웹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드롭박스가 처음부터 파일-싱크(file-sync) 솔루션에 소비자가 돈을 지불할 것이라 낙관한 것은 아니었다. 드롭박스는 파일-싱크라는 핵심 아이디어가 생긴 후 막대한 자원을 들여 바로 제품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대신 약 3분가량의 유튜브 동영상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테스트했다. 영상에는 드롭박스의 가능성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하룻밤 사이 드롭박스 회원수는 5천 명에서 7만 5천 명을 넘겼다.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 화려한 영상미 대신 투박한 손그림만으로도 충분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실존하는 제품은 하나도 없었지만 파일-싱크 솔루션의 가능성을 유튜브 프리토타입을 통해 일찌감치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4eTR7tci6A


지금까지 프리토타입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았다. 글에서 다룬 개념이나 방법론들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학습으로 받아들이는 마인드 셋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토타입 : 실패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끝)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LfbLRT4QtWs

이전 17화 좋은 1 pager의 시작: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