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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Aug 12. 2019

UX/UI 디자이너의 영역?

첫 입사했을 때를 돌아보면 사용성이라는 개념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웹디자이너'로 정의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구조에서 디자이너는 보통 초기 기획에 참여하지 못했고, 참여하더라도 ‘시각적인' 부분에서만 좁게 의견을 낼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잘 이해하는 것보다 과정에서 본인 영역을 기술적으로 잘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앞의 과정이 끝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기 힘들었고, 딜레이가 생기면 보통 프로세스 뒷단에서 빠르게 수습해야 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시절이 UI 디자이너 에고가 가장 비대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제 사수는 플래시를 하도 무겁게 사용해 구동도 안 되는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득의양양했던 미소를 짓곤 했었습니다. 우습지만 가끔 플랫 디자인과 사용성에 치일 때 그 시기가 그립기도 합니다.


워터폴 모델


오늘날 UX/UI 디자이너의 위치?

세상에 아이폰이 등장하고 디지털을 다루는 디자이너의 정체성도 많이 변했습니다. 플래시를 사용한 웹사이트들은 공룡처럼 멸종했고, 포토샵을 대체하는 멋진 툴들이 등장했습니다. 저에게 '사용성'과 '비주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예전과 달리 고민 없이 사용성을 선택할 것입니다. 하나의 멋진 페이지보다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일관된 비주얼 콘텍스트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불과 10년도 안돼 바뀐 변화들입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특정 직업군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한 브랜드에서 뽑는 UX/UI 디자이너의 주요 업무 및 자격 요건입니다.


UX 시나리오 설계 및 프로토타이핑, 기능/화면 명세서 작성, GUI 디자인 등

타 팀(개발팀, 데이터팀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비스 향상

서비스 기획/디자인 경험 3년 이상 7년 이하이거나 본인이 디자인한 서비스가 실제 서비스로 릴리즈 된 경험이 있으신 분

개발팀, 데이터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든 경험이 있으신 분

Sketch, inVision 등의 최신 디자인 툴에 익숙하신 분

Lo-Fi 수준의 프로토타입 제작이 가능하신 분


언듯 봐도 위 업무들을 워터폴 방식으로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위 채용공고를 바탕으로 현재 UX/UI 디자이너의 위치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재 디자이너는 '영역'으로 나누기보다 '영역과 영역 사이'에 걸쳐있는 성격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으로 가기 위해 디자이너는 엔지니어/마케팅/데이터 전문가/비즈니스 전문가등 다양한 직종 사람들과 협업해야 합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팀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전문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신뢰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이때 나는 팀이 모인 문제를 가시화하고 해결하기 위한 파이의 한 조각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됩니다. 디자이너가 경계해야 할 '에고'라는 존재를 의식하기 좋은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도 없앨 수 있습니다. 어차피 다른 영역도 파이의 한 조각이기 때문입니다. 이 형식이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가장 다른 점은 팀 구성이 구조(Structure)가 아니라, 커뮤니티(Community) 위주로 프레이밍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조가 중심적이라면 커뮤니티는 '탈중심'적이며 이는 언제/어디서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최우선 이해관계자

UX 디자이너는 데이터 분석 툴(GA/appsflyer/firebase)을 바탕으로 프로덕트의 정량적 데이터를 이해하고, 유저 동선에 대한 가설을 세웁니다. 이를 바탕으로 퍼널(Funnel)을 설계합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해당 UI를 왜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 이상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UI 디자인 후 프로토타이핑 툴(protopie/framer)을 바탕으로 엔지니어와 lo-fi 단계의 인터렉션 비전을 공유합니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더 이상 서로를 견제하는 형태가 아닌 다중 학습(multi-learning) 단계로 들어갑니다. 개발이 끝나면 Feature팀이 합의한 지점에서 프로덕트를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킵니다. 시장에서 얻은 양질의 피드백을(정량적/정성적) 바탕으로 다시 가설을 세웁니다. 프로덕트를 개선시킵니다. 이 과정을 스프린트 단위로(2-4주) 반복합니다. 이러한 과정이자 훈련을 거치면 디자이너는(뿐만 아니라 Feature팀 모두)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책임을 지닌 “셀프 매니징(self-managing)”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안에서 디자이너는 사용자 반응에 대응하고 우리가 원하는 CTA(Call to Action)까지 도달하게 하기 위해 수도 없이 퍼널(Funnel)을 만들고 실험하는 최우선 Stakeholder(이해관계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오늘날 시장에서 정의하는 UX/UI 디자이너는 예전처럼 한 명의 뛰어난 개인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조직이 사용자 경험을 대하는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 있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리더십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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