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UX/UI 취업 시장이 해마다 더 좁아지고 있다.
코치로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그 사이 합격 소식을 전해오는 멘티들이 있다. 반면 오랜 기간 연락이 오지 않아 마음이 꺾이는 멘티도 있다. 사실 본격적으로 코칭을 시작하면 '이 분은 단기간에 붙기 힘들겠다'는 직감이 생긴다. 그럴 때 마음이 가장 복잡하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현실을 말해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오래 머문다. 처음에는 멘티들의 불합격을 거의 내 책임처럼 받아들였다.
내가 더 좋은 전략을 줬어야 했나?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하나?
얕은 죄책감이 쌓인다. 점점 두께가 쌓인다. 생각들이 머리를 들면 스스로를 쏘아붙인다. 내가 너무 빨리 소진되어 간다.
나 혹시 코치 책임 환상에 빠져있나?
과정에서 먼저 바로잡은 것은 결과와 책임의 경계다. 감정까지 책임지는 것은 이 일의 범위를 넘는다. 사실 불합격은 멘티의 준비뿐 아니라 시장 상황, 타이밍, 경쟁 수준, 회사 내부 사정의 합이다. 이 복잡계를 개인이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이다.
코치로서 책임을 세 가지로 제한했다.
방향 설계: 멘티의 강약점에 맞는 포지션, 회사 스테이지, 지원 전략을 구체화한다.
객관적 피드백: 인상 비평이나 사견은 안된다. 내 코칭으로 쌓은 학습과 결과 데이터의 총합으로 이야기한다.
적합 단위 개선 제시: 나도 이해 못 하는 무리한 과제가 아닌 실제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단위의 수정만 제시한다.
이 세 가지는 내가 100% 책임지고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최종 합격에 대한 보장은 내가 짊어질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다. 이 경계를 분명히 하고 나서야 멘티의 불합격을 감정적으로 떠안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결과 이후 더 나은 후속 조치를 제안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합격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다. 특히 UX/UI 취업에서는 더 그렇다. 아무리 뛰어난 포폴을 가진 사람도, 방향이 잘 잡힌 사람도 두세 번의 거절을 겪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나는 코칭에서 통과력을 키우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조금 더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정의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본인의 강약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을 짤 수 있는가?
생각을 구조화해 담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는 놀랍게도 포트폴리오의 화려한 레이아웃보다 통과력을 높인다. 이를 위해 우선 불합격의 원인을 멘티 개인에서 떼어내야 했다. 이번 결과가 곧 멘티 개인의 한계로 직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초기 열세를 극적으로 뒤집어 합격하는 케이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멘티가 실패를 통과하는 것처럼 코치도 자신의 실패를 통과한다. 다만 감정 이입이 심해지면 금세 무너진다. 특히 아래 세 가지는 항상 염두에 둔다.
통제 가능한 일과 통제 불가한 일을 분리한다.
감정소비 역시 감당할 일로 인정한다.
내 심리가 건강해야 멘티도 건강하게 이끈다.
특히, 코치 일은 감정 소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 업무의 일부로 간주하고 항상 어느 정도의 감정 스트레스와 공존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이 규칙들은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간과 시 코칭은 스스로를 빠르게 갉아먹는 까다로운 일이 된다.
이제 나는 멘티의 실패 앞에서 쉽게 휘청이지 않게 되었다. 약간은 뻔뻔해진 것 같다. 대신 그 사람이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구체적 조언만 신경 쓴다. 내가 겪은 1년 동안 깨달은 사실 두 가지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코치는 타인의 삶을 대신 짊어지는 사람이 아니다.
결과에 함께 안타까워할 수 있지만, 본질은 더 나은 방향을 함께 찾는 동행자에 가까움.
'디자인 취업 코치로 살아가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