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점이 아닌,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남기는 연습
정량 데이터가 없어서 포트폴리오가 약한 것 같아요.
이 말 코칭 시 정말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도 항상 완벽한 전환율, 리텐션, A/B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디자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NPS는 그럴 때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측정 도구입니다. 문제는 많은 포폴에서 NPS를 결과 수치로만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NPS(Net Promoter Score)란?
이걸 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할 만큼 괜찮았는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질문은 대체로 같습니다.
- 0점부터 10점까지, 이 서비스를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나요?
여기서 중요한 건 사실 만족도가 아닌 신뢰입니다. 남에게 권할 수 있을 만큼 안심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NPS는 실무에서 어디까지 잘 됐고 어디에서 아직 망설이는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지표로 쓰입니다.
실무에서 NPS를 물을 때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이 서비스 어떠세요?' 대신, 항상 방금 경험한 특정 흐름을 기준으로 물으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방금 이 가입 과정을 지인에게 추천한다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 NPS가 6.4에서 7.2로 상승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문장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왜 올랐는지?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포트폴리오에 대체로 여기까지만 쓰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아래처럼 '왜'가 필요합니다. UT로 NPS를 추가한다면 꼭 이유를 물어보시길 추천합니다.
9–10점을 준 사람들은 왜 만족했는지,
6~8점을 준 사람들은 왜 중립이었는지,
0–5점을 준 사람들은 어디에서 멈칫했는지
예를 들어 UT를 한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9~10 응답자 43명은 다음 행동이 예측 가능해졌다는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0~5 응답자 56명은 여전히 한 화면에 정보가 많다고 느꼈다.
약간의 디테일 차이로 이 디자인이 무엇을 해결했고 무엇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만족도가 아니라 성공률, 소요 시간 같은 행동 지표 뒤에 NPS를 붙이면 강력한 이야기가 됩니다. 즉, NPS를 해석 지표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업 성공률은 높지만 NPS는 낮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의 행동과 인식 사이의 차이(이유)를 파악하는 것들이 무척 중요합니다. 다음은 추천드리는 NPS 예시입니다.
공통
1) 과업 성공률은 82%로 높게 나타났으나 NPS는 6.8점에 머물렀다. 이는 기능 수행 자체는 가능했지만 중간 단계에서 확신 없이 진행한 사용자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2) 평균 탐색 소요 시간은 개선됐으나 NPS는 유의미하게 상승하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빠르게 완료할 수는 있었지만 정보 이해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고 응답했다.
핀테크
1) 본인인증 과업 성공률은 88%로 높았으나 NPS는 6.5점에 그쳤다. 인증 절차는 완료할 수 있었지만, 중간 단계에서 정보 입력에 대한 불안감이 추천 의향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2) 소요 시간은 단축되었으나 NPS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 이는 금융 정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커머스
1) 상품 탐색 및 결제 과업 성공률은 높았지만 NPS는 7점 초반에 머물렀다. 사용자들은 구매는 완료했으나, 비교 과정에서의 피로감으로 추천까지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2) 결제 완료율은 개선되었으나 NPS는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구매 흐름은 매끄러워졌지만 가격, 혜택에 대한 확신 부족이 신뢰 형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SaaS / B2B 도구
1) 과업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나타났으나 NPS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기능 사용 자체는 가능했지만 초기 학습 비용이 높아 추천 의향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반복 사용 시 소요 시간은 크게 감소했으나 첫 사용자의 NPS는 4점대로 낮게 측정되었다. 이는 숙련 이후 효율성은 확보되었지만, 온보딩 단계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데이터가 없어서 포트폴리오가 약한 게 아닙니다. 사실은 데이터를 해석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NPS를 기계적으로 넣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어디에서 안심했고 어디에서 아직 망설였는지를 말해주는 도구로 바라보세요. '몇 점이 개선됐는지'가 아니라 '그래서 다음 디자인 판단을 어떻게 했는지'가 꼭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걸 설명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차원의 이야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포폴에 데이터가 없을 때, NPS를 실무처럼 쓰는 법'(끝)
12월 포폴 코칭 개인/그룹 모두 마감. 1월 1일 9시에 오픈 합니다.
woodydesignlab@gmail.com (사전 문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