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weather Portfolio
나는 디자이너로 살면서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몇 해전 위기의식을 느꼈고 자발적으로 금융공부를 시작했다. 이 글은 누구의 도움없이 자산을 안전하고 꾸준히 관리하기 위해, 해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수장인 레이달리오의 올웨더 포트폴리오(All-weather Portfolio)를 스터디한 글이다. 4계절 전략이라고도 한다. 만약 스스로가 금리나 채권, ETF, 선물 같은 단어와 벽을 쌓고 살았다면 한 번쯤 들어봐도 좋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적으로 시장이 폭락하면서 한국에 등장한 단어가 있다. '동학 개미 운동'.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 주가가 저평가되면서 주식에 관심 없던 20, 30대의 진입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내 주위에도 평소 투자나 경제에 1도 관심 없던 사람들이 열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실전주식투자 마이너 갤러리'에서는 2021년 삼전 주주총회를 광화문에서 하자는 웃지못할 말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에서 *펀드를 선택할 때 1)알파와 2)베타라는 개념이 있다. 1)알파는 쉽게 말해 펀드매니저의 역량으로 종목 선택(삼성이나 애플), 마켓 타이밍(싸게 사서 코로나가 끝나 주가가 올라가는 시점에 비싸게 팔아야지)등의 판단으로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액티브 펀드라고도 한다. 2)베타는 알파와 달리 개별 종목이 아닌 금융시장의 지수(*코스피나, *S&P500, *나스닥 등)에서 오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패시브 펀드라고 한다. 대표적인 베타로는 각종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는 것이 있다.(이는 중요하니 조금 있다 자세히 설명) 반대로 동학 개미 운동처럼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알파'적 성격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펀드 : 주식,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서 여러 명으로부터 모은 돈
*코스피 : 종합주가지수. 유가증권으로 한국에 상장된 주식들의 가격 비교 수치
*나스닥(NASDAQ) : 미국의 장외 주식거래시장. 애플이나 아마존 등이 상장되어 있는 미국의 주식 장외 시장.
*ETF : 상장지수 펀드라고(Exchange Traded Fund) 불린다. 쉽게 말해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놓은 것이다.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이를 통해 개인이 하기 힘든 코스피, 나스닥, 원자재, 채권등의 지수(Index)에 투자가 가능하다.
*S&P 500 : 미국 500개 대형 기업의 주식을 포함한 지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소유하고 있다.
나는 확증편향이 매우 심한 사람이다. 내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해 버리기 일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중심적 왜곡(myside bias)이라고 한다.
내 생활 반경에는 항상 구글과 애플 제품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이 회사들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착각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현재처럼 앞으로도 세계 최고일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아래 예시를 보자. 2016년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 5개는 우리에게 다 익숙한 브랜드다. 참고로 Alphabet은 구글의 모회사이다. 누군가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디에 할래?라고 물어본다면 아래 5개 기업 중 정해질 확률이 크다. 이유는 항상 보고 듣고 만지는 익숙함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점으로부터 5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5개 회사 중 애플만 빼고 모두 생소한 기업인 것을 알 수 있다. 2006, 2011년의 제왕인 '엑슨모빌'은 IT회사가 아닌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세운 종합 석유화학 회사이다. 4위인 조개 모양 심벌 역시 '로열 더치 쉘'이라는 네덜란드 왕립 석유회사이다. 참고로 엑슨모빌은 보잉과 더불어 2020년 1분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이러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던 사람은 극히 일부였을 것이다. 당시 엑슨모빌과 로열 더치 쉘에 대한 충성도는 현재의 구글이나 페북처럼 매우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채 10년만에 세계 산업 패러다임은 석유(실물)에서 IT로 완전히 전복되었다.
앞서 알파에 투자한다는 것이 나스닥이나 코스피같은 시장지수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회사를 보는 해안이 있어야 한다. 액티브 펀트를 대표하는 인물이 있는데 ‘피터 린치'라는 투자자다. 이 사람은 약 13년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낸 ‘마젤란 펀드'를 이끈 천재였다. 매우 뛰어난 사람임에도 그는 수익률을 내기 위해 일일이 투자할 회사를 찾아다녔다. 경영 상태, 제품 품질 등을 직접 확인 후 사들이는 '발로 뛰는 투자'로 유명했다. 피터 린치는 투자자들에게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 생각이지만 피터 린치가 말하는 '잘 아는 것'은 내가 삼성이나 애플을 이해하고 있는 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투자 관점에서 내가 어떤 회사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로고마크를 알고 제품을 단순히 써보는 것뿐 아니라, 아래 애플의 Financial Data 같은 정량적 지표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면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는 말에 익숙할 것이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가치 대비 시장 평가 수준을 뜻한다. 평가에는 매출액, 이익, 사용자 수, 그외 수많은 정성적 요인들이 반영돼 기업의 시장 가치를 만든다. 때문에 개인이 피터 린치가 말하는 '잘 아는'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란 매우 힘든 것이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한 두 개 기업 정도는 어느 정도 ‘아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이상 계속 관심을 기울이는것은 쉽지 않다. 또한, 지속적으로 알파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변화하는 '마켓타이밍'까지 예측해야 한다. 이 부분은 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성인들도 인간 영역 바깥이라 말한 바 있다. 물론 개인에게 운이 따른다면 한 두 번은 맞출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깝다. 바닥인 줄 알고 샀는데, 더 깊은 바닥이 존재한다. 모두가 팔고 나니 주가가 오른다. 과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시장에서 이러한 일들은 지속적이고 꾸준히 일어난다. 나 같은 보통 사람도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투자 방법을 찾고싶었다.
https://investor.apple.com/investor-relations/default.aspx
참고로 나는 미국을 좋아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 대부분이 미국과 연동되어 있다. 미국이 휘청댄다면 내가 취하는 많은 일들이 끊겨, 경제적 행위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잘됐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과 막연히 세계의 패자가 계속해서 미국일 것이라는 낙관론은 구분지어야 옳다.
아래 예시는 연도 별 주식 시장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국가 리스트다. 1998~2017년까지 미국은 탑 5안에 5번밖에 들지 못했다. 2017년에는 오스트리아가 2016년에는 캐나다가 수익률의 제왕이었다. 시장은 이 정도의 변동성을 항상 가진다. 개인, 더 나아가 기관이나 국가까지도 이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17일 기준 금리를 0.75%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상하이(-3.4%). 일본(-2.46%), 홍콩(-4.1%)등 주변국도 금리를 낮추었다. 우리 세대는 유래 없는 은행 금리 0%의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1억 원을 힘겹게 모아 금리 0.75%인 예금에 1년을 넣어두어도 75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다. 열심히 일해 자산을 늘려야 하는 20~30대가 초저금리의 덫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상태로는 본격적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40~50대에도 여의치 않을 것이 뻔하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은행이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의 참고는 옆 나라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반짝이던 버블경제 속 평범한 일본인들은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과 은행 예금에 넣어두었다. 한국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버블 안에 있을 때는 누구도 손해 보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당시 1980년대 세계 50대 기업 가운데 무려 33개가 일본 기업이었고 1위는 구글도 애플도 아닌 NTT였다. 1900년대 이르러 일본의 버블은 꺼졌고, 약 1,500조 엔의 자산이 공중분해됐다. 당시 내 나이쯤이었을 일본인들은 현재 유례없이 암울한 고령층이 되었다. 그들의 높은 빈곤율과 자살소식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 1위인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를 알게 된 것은 'Money'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저자 토니 로빈스가 금융의 대가 50명을 직접 만나 그들에게 삶의 지혜를 얻는 내용이다. 책에서 토니는 레이 달리오에게 리스크를 최대한 지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브리지워터의 비밀에 대해 물어본다. 레이 달리오는 토니의 집요한 질문에 경제에는 자연처럼 사계절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제 성장률이 시장기대보다 1) 증가하거나 2) 감소할 수 있고, 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3) 증가하거나 4)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시장의 변화에 반응하는 자산의 형태가 각각 존재한다. 즉, 우리는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예측하기는 힘들어도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속성이 다른 자산들(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을 고루 분산시켜놓으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구글, 애플, 아마존, 삼성에 주식을 나눠서 투자하는 것은 분산 투자라고 한다. 분산 투자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속성이 다른 자산이란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같이 아예 성격이 다른 것을 의미한다. 이를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을 자산배분이라고 한다.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자산배분에 관한 이야기다.
*헤지펀드 : 레버리지 기법을 통해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 방식. 헤지 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운용된다.
위 4분면이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기본 골격이다. 네 면에 위치한 자산들은 각 시장 상황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들이라 생각하면 쉽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기업채(회사에서 발행하는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이 증가한다. 반면 경제 성장이 감소할 때 사람들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 발행하는 신뢰성 있는 채권에 몰리게 된다.(그래서 자산 배분을 처음 시작할 때 대부분 주식과 채권 비율을 나누는데서 시작한다.)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재화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당연히 원자재(금, 은, 원유, 곡물 등)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브라질 같이 자원이 풍부한 신흥국이 발행한 채권들도 덩달아 가치가 올라간다. 채권중 고정이자가 아닌 물가에 맞춰 이자를 지급하는 물가연동채도 여기에 속한다. 반면 물가가 시장 기대보다 감소할 경우 경제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 때문에 주식 가치가 상승하기도 한다.
그러면 레이 달리오가 말한 4분면을 실제 내 CMA 계좌에 어떤 종목과 어떤 비율로 적용시켜야 되는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레이 달리오는 Money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올웨더 포트폴리오 레시피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레시피를 따르면 올웨더 4분면에 자산들을 고루 분산시킬 수가 있다. 이러한 분산은 자산들의 관여도를 낮춤으로써 위험을 헷지(Hedge)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All-weather Portfolio Reciepe : 주식 30%, (미국) 장기채권 40%, (미국) 단기채권 15%, 금 7.5%, 원자재 7.5%
참고로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금융에 관심있는 일반인에게는 상식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디자이너들 중 이 전략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 비율대로 CMA 계좌를 통해 종목을 사려고 하면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주식 30%를 어떤 것들로 채워야 하지? 아참 그전에 증권사나 CMA 계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주식이나 채권을 한 번도 사보지 않은 사람들은 자산관리 전문 유튜버인 '박곰희TV' 정주행을 추천한다. 스마트하게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r7XsrSrvAn_WcU4kF99bbQ
나는 처음에 이 레시피를 보고 주식 30%를 내가 좋아하는 애플로 다 채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올웨더에서는 지극히 잘못된 생각이다. 이 포트폴리오의 기본 토대는 높은 수익률이 아닌 최소한의 위험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스닥에 속한 우량기업들을 하나하나 다 담으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스닥을 검색하면 담아야 할 종목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세상은 편해졌고, 수고를 덜어줄 좋은 시스템이 존재한다. 우리는 나스닥에 속해있는 기업들이 모두 담겨있는 ETF라는 그릇을 살 수 있다. ETF란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쉽게 말해 펀드를 주식처럼 상장시켜 놓은 형태다. 만약 내가 ‘Tech’라는 그릇에 투자하고 싶다면 Tech ETF 하나만 사면 되는 것이다. 이 ETF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테슬라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우량기업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 지수 전체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워런 버핏의 유언으로 유명해진 S&P500 ETF를 한 주 사면 그런 것이 가능해진다. ‘주식회사 미국' 한주를 단돈 272달러에 살 수 있는 셈이다.(2020/04/08 spy기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내 취향의 ETF가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ETF 종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아래 예시 속 수많은 영어 이니셜들은 다름 아닌, 각종 지수들을 추종하는 ETF의 티커다. 티커란 시장에서 주식을 고유하게 식별하는 약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글은 googl, 테슬라는 TSLA, 아마존은 AMZN이다.
ETF도 애플 같은 종목처럼 티커가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ETF 중에는 SPY, IVV, VOO 등이 있다. 금 시세를 추종하는 ETF로는 GLD, IAU 등이 있다. 미국 채권을 추종하는 ETF는 TLT, IEF등이 있다.
ETF를 활용한 투자는 시장의 성장을 따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10~20년을 바라보는 장기투자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만드는 복리에 기대는 것이다. 아마존이나 애플이 아닌 미국 시장, 삼성이나 SK 하이닉스가 아닌 한국 시장의 미래에 투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ETF Map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ETF를 만나볼 수 있다. ETF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아래 '챔CHAM'님의 유튜브를 정주행 해보기를 권한다. ETF 투자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과, 매매시 세금 문제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래는 레이 달리오가 추천해준 자산별 비율을 바탕으로 내가 직접 구성해 본 올웨더 포트폴리오다.
레이 달리오 추천 레시피 : 주식 30%, 장기채권 40%, 단기채권 15%, 금 7.5%, 원자재 7.5%
내가 만들어본 레시피 : 주식(VT) 30%, 장기채권(EDV) 30%, 단기채권(IEF) 10%, 금(IAU) 5%, 원자재(DBC) 5%, 물가연동채(LTPZ) 15%, 부동산(VNQ) 5%
나는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큰 비율은 유지하되 물가 연동채(LTPZ)와 부동산(VNQ)을 추가하고 싶었다. 참고로 주식 비중인 VT는 Vanguard Total World Stock Index Fund ETF Shares의 약자다. 뱅가드 그룹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 ETF는 세계 전체 주식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을 크게 자른 뒤 선진국과 신흥국 비율을 나눈다. VT속 국가와 회사 비율은 전세계 주식 지수와 연동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좋아하는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도 속해있다. 우리가 잘 모르지만 단단한 신흥국 회사들도 포함된다. 나는 초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패권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넘어가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싶었다.
내가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몇십 년 주기로 백 테스트해볼 수 있는 사이트가 존재한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
사이트에 접속해 Backtest Portfolio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보고 싶은 연도와 연도를 설정한다. 기본값은(1985-2020)으로 세팅되어있다. 아래 Asset 리스트에 테스트해보고 싶은 종목 티커(주식이나 채권의 이니셜)와 퍼센트를 입력한다. Finance Api 덕분에 연도별 티커의 주당 가격이 자동 연동된다.
우선 주식 하나만을 백테스트해보기로 했다. 내가 고른 티커는 'googl’.
Portfolio Returns에 몇 가지 중요한 지표들이 보인다. 2005년에 10,000달러를(Initial Balance) 투자했을 시 2020년에(Final Balance) 거두는 수익은 120,420 달러가 된다. 천만 원가량을 투자해 15년 새 1억 5천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CAGR(연평균 성장률)은 17.72%로 아주 높다. 여기까지 보면 올웨더고 뭐고 한 기업에 투자해야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문제는 'Worst Year'와 'Max. Drawdown'에 있다. 아래 추이를 보면 구글은 2006년 대비 2007년 약 50.17%의 성장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2008년에 구글은 -55.51% 하락하게 된다. 가장 큰 낙폭은(Max. Drawdown) -58.56% 였다. 내가 1억을 구글에 넣었다면 순식간에 5000만원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원점을 회복하는데 약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그렇게 믿는 애플 역시 2008년 -56.91%의 하락이 있었고 아마존은 -44.64%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9년 닷컴 버블 붕괴 때 내려간 -62.85%를 회복하는데 약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참고로 2008년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시점이다. 영화 빅쇼트를 보면 그 당시 미국은 표면적으로 아주 호황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가 생길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재앙은 일어나버렸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같은 비중의 이득보다 손실을 훨씬 더 견디기 어렵게 설계돼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 혐오 성향(loss aversion)이라고 정의한다. 개인이 개별종목에 투자하고 50%가 넘는 큰 낙폭을 견뎌내는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심리적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자산배분인 주식과 채권을 섞어 백테스트를 해봤다. 주식이 채권보다 반등폭이 크기 때문에 비율을 주식 30%, 채권 70%로 설정했다.
단순히 주식과 채권을 섞었을 뿐인데 아까보다 낙폭이 훨씬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주식은 S&P500 추종 ETF인 "SPY"를 사용했고, 채권은 미국 장기 국채 ETF인 "TLT"를 선택했다. 데이터를 보면 17년간 약 4배의 성장을 이룬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연평균 8.62% 성장했고, 최고의 해는 24.34%나 올랐다. 가장 최악의 해는 -7.35% 떨어졌고, 17년간 가장 큰 하락폭은 -15.51%에 불과했다. 구글 하나에 비해 위기관리가 매우 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레이 달리오가 말한 비율대로 ETF를 섞어 백테스트를 해보자. 에셋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ETF들을 선별했다. 백 테스트해보니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약 13년간 2.5배의 성장을 이뤘고, 연평균 7.42% 성장했다. 최고의 해는 18.45%의 성장을 했고, 가장 최악의 해에 -2.98% 하락했다. 13년간 가장 많은 하락폭은 겨우 -12.08%에 불과했다.
참고로 더 많은 기간의 백테스트를 원한다면 투자왕 김단테님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참고하길 바란다.(아래 링크 남김) 단테님의 올웨더 레시피를 활용한 약 100년간의 백테스트도 구경할 수 있다. 인류사 최대 위기였던 양차 대전과 대공황 때의 올웨더 방어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단테님의 자료들을 보며 세계가 문 닫는 시점의 하락폭이 저정도라면 생각보다 견딜 만 한데?라고 생각했다.
현재 나는 귀여운 금액이긴 하지만 약 2년간 순조롭게 순항 중이다. 특정 자산이 시장에 비해 고평가, 저평과 됐다면 리밸런싱도 틈틈이 해주고 있다.
수십 번의 백테스트에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감이 아닌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배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마음이 약간은 가벼워진다. 어릴 적 10원이었던 떡볶이 가격을 생각해보면 물가상승은 필연적이다. 시장이 우상향하지 않는 사회는 자본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다. 이런 원리가 통하지 않는 시대는 영화속 매드맥스 같은 풍경이지 않을까.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