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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Jun 15. 2020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을 수 있을까?

'에이트'를 읽고

작가는 스티브 잡스의 죽기 전 행보를 추적하기 위해 2003년으로 돌아간다. 그 해 미국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스탠퍼드 국제연구소(SRI International)가 함께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연구를 하는 'CALO'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300여 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5년간 진행되었다. 스탠퍼드 국제연구소는 2007년 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따로 떼서 스타트업으로 출범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4월에 2조 2,600억을 지불해 그 기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아이폰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결과로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시리(Siri)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잡스는 시리가 탑재된 아이폰4S의 발표가 있던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왜 생명을 불태우면서까지 인공지능에 집착했을까?




달라지는 대학 지도

‘싱귤래리티대학교'는 실리콘밸리 상위 1% 인재가 구글과 나사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 현재 이 학교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못지않게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름의 의미는 ‘특이점’이다. 이는 인류의 모든 지능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때를 말한다. 싱귤래리티는 시점을 2045년으로 예측한다. 학생들은 그 날을 대비해 인공지능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다.

인공지능 시대의 지배자를 만드는 교육을 하는 대학을 설립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첫 입학생으로 40명을 뽑겠다고 밝혔는데, 13개국에서 무려 1만 2천여 명의 지원자가 모여들었다. 그러니까 이미 2008년에 세계적으로 1만 2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을 받는 대가로 3천만 원 넘는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37p)

하버드와 스탠퍼드, MIT, 예일 등의 세계 최고 대학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수업 형태를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가장 큰 자산인 '강의'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저자에 따르면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강의'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강의 위주 교육을 받지 않는 것이 인공 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대안은 무엇일까?



일론 머스크와 애드 아스트라

테슬라 대표 일론 머스크 역시 미래 교육에 대해 자기 나름의 대안을 마련했다. 바로 애드 아스트라(ad astra)라는 프로젝트이자 학교이다. 이 학교는 자신의 다섯 아이들과 스페이스 X, 테슬라, 보링 컴퍼니 등에 재직 중인 엘리트 직원의 자식들을 합해 31명으로 시작되었다. 이 학교는 시험도, 성적도 없지만 현재 세상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가 되었다.

    애드 아스트라에서 학생들은 화염 방사기가 탑재된 로봇을 만들고, 과학 기술에 기반한 지식을 이용해 아프리카 물 부족 현상을 토론한다. 기상 관측용 기구를 띄우거나,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회담을 분석한다. 외국어는 배우지 않는다. 과학과 수학, 공학 중심 교육을 받는다. 현재 사이트가 비공개로 바뀌어 커리큘럼을 확인할 수 없지만, 과거에 잠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입학 시 지원자의 창의성과 논리력을 측정하는 문제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아래 그림은 가상의 11개 행성 중 인간의 거처로 삼기 적합한 행성 세 개와 부적합한 행성 세 개를 고르는 '골디락스' 문제다. 이 문제에서 11개 행성은 안전도, 자원의 비율, 발전 가능성 등이 각각 다르다. 학생들은 이 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해야 한다. 여기에 당연히 답이 있을 리 없다. 일론 머스크가 맞다면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교육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골디락스 문제. @adastra



'왓슨'과 위생

인공지능에 대체될 거라 예상하는 영역 중 '의학'이 있다. 인공지능 의사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다르게 세계 병원과 실시간 네트워킹한다. 저자에 따르면 왓슨의 실시간성이 의료 사고를 0%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한눈팔지도 않고, 커피나 밥을 먹지도 않는다. 노조를 만들지도 않는다. 오직 더 나은 의료를 위해 지금도 자료를 공유하고 발전하고 있다.

    2016년 한국의 가천대학교 길병원에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의사가 도입되었다. 왓슨은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이다. 병원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다음과 같다. '만일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자 100명 모두 '인공지능 의사'의 처방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IBM의 AI 왓슨(Watson)


이러한 데이터를 받았을 때 보통 왓슨의 '연산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에는 뜻밖의 이유가 나온다. 환자들이 왓슨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위생'이라는 것이다. 왓슨에게는 털이나 콧구멍이 없다. 재채기나 땀을 흘리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병균을 묻혀오는 일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 약사가 비위생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약사들은 보통 사람과 비교도 안될 만큼 높은 위생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선택은 다름 아닌 인간이 지닌 육체성의 한계를 지시하는 것이다. 육체를 지녔기에 인간은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 한계가 시사하는 바는 꽤 크다. 육체가 인간이 인간을 불신하는 이유라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간호 업무'가 상당 기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서의 간호는 체온을 재거나 주사를 놓는 기능적 간호를 뜻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육체적 고통과 심적 불안을 돌보는 인류애적 행위에 가깝다.



'로지스’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신기루

우리는 종종 미래에 변호사나 판사의 경우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재판에는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추론 능력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20명의 인간 변호사와 '로지스'라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맞붙은 사건이 벌어졌다. 또한, 영국에서는 100명의 인간 변호사들이 '케이스 크런처 알파'라는 인공지능 변호사와 맞붙었다. 결과는 모두 인간 변호사들의 참패였다고 한다. 바꿔 생각해보면 그동안 인간 변호사들의 법률 업무들이 기계적으로 수행되어왔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 변호사가 판결을 맡으면 그간 인간 변호사들이 진행하면서 발생했던 치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shutterstock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 판검사들은 일반인에 비해 충동적 성향과 편향이 심각할 정도로 높다고 한다. 두 연구팀은 아래와 같은 사례들을 제시한다. 이 사례들은 인공지능이 변호를 맡으면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법정에서 맨 처음 재판을 받는 세 명의 석방 확률은 맨 마지막으로 재판을 받는 세 명 보다 2~6배 높다.

미국과 영국의 판검사들은 같은 죄를 저질러도 유색 인종에게 구형을 더 높게 하고 형량도 더 많이 선고한다.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의 망명 허가 여부는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판사들은 망명 허가 비율이 10%에서 90%에 이를 정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프레카리아트, 한국인 99.997%의 미래

다소 절망적 수치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유기윤 교수팀의 <미래 사회 보고서>에는 2090년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Proletariat)가 된다고 말했다. 프레카리아트란 '불안정한'이라는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Precario)와 '노동 계급'이라는 뜻의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다. 그들은 꿈과 열정이 없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또한, 먹고사는 문제로 평생 고통받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노숙인, 난민, 불법 외국인 노동자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2030년부터 2070년까지 급격한 프레카리아트로의 진행이 일어난다고 한다. 앞으로 정확히 10년 남았다. 저자는 인류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능력으로 '공감'과 '창조적 상상력'을 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을 수 있을까?' (끝)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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