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비법 3. 리코더만큼 쉬운 색소폰 운지법
피리(리코더)를 잡으면 개구리 왕눈이 정도는 불었다.
50대 나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 라솔 라솔 미레 미’로 시작하는 개구리 왕눈이는 피리의 단골 연주곡이었다. 전 국민이 아는 곡으로는 ‘솔솔라라 솔솔 미 솔솔 미미 레’의 학교종이 있다.
색소폰도 리코더처럼 열 손가락 대부분을 사용하는 악기이다. 특히 오른손 새끼부터 하나씩 올라가는 '순차적 운지'의 구성이다. 왼손가락과 오른손가락을 교차해서 음계를 연주하거나, 트럼펫처럼 세 손가락만으로 운지를 조합해서 연주하는 악기에 비하면 습득이 빠르다.
깊이 들어가면 리코더와 색소폰은 엄지와 새끼의 사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기본 온음계 '도레미파솔라시도'가 같아서 소리 내는 방법을 알려주면 곧바로 학교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피리'라고 부르는 '리코더'는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이며,
심오한 매력이 있다.
리코더는 '바로크식(Baroque Recorder)'과 '저먼식(German Recorder)'으로 나뉜다.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 더군다나 "대학에 전공과정이 있어요"라고 말을 하면 놀라고는 했다.
"피리로 대학을 들어간다고?"
리코더 연주과정이 정말로 대학에 있다. 지닌 모습과 단순해 보이는 구조 때문에 쉬워 보이는 리코더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많은 시간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느 전공 악기와 다르지 않다. 행여 조금만 배우면 대학에 들어가겠지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지 모르겠다. 연주답게 연주한다는 것, 세상의 모든 악기와 결코 다르지 않다.
"색소폰은 피리처럼 불기 쉬운 악기?"
세상의 이치는 어떤 것이든 쉽고 우습게 여기면 그 사람이 더 우습게 되더라......,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리코더나 색소폰을 잘 불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색소폰을 전공했고, 20년을 강사로서 누구보다 그 사실에 큰 공감을 한다. 잘 배우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악기가 색소폰이었다. 그렇다고 미리 겁을 먹을 정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좋은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조리 순서에 맞추어 끓이는 라면이 될 수 있다.
색소폰은 '리드(Reed)'라는 진동체 덕분에
말을 할 정도의 호흡이 있다면 충분히 소리 낼 수 있다.
잘 배우면 평생 악기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쉽게 소리를 배울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성인이 배우기 좋은 악기이다. 다만 정말 아름다운 소리, 연결이 매끈한 운지를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매끈한 소리의 연결이 연주의 질을 좌우하기에 지도 경력이 있는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을 권한다.
음과 음 사이의
안정적인 연결 방법을 알 때 비로소 악기를 다스린다고 말할 수 있다.
음과 음 사이를 옮기는 과정에 자동차의 수동기어처럼 변속 충격이 느껴지는데, 그것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그 해답은 '반복을 통한 감각 익히기'이다. 소리의 매끈함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적 택시기사 아저씨의 가벼운 기어 변속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그 집어던지듯 넣는 기어 조작이 그렇게 멋일 수 없었다. 매끈하고 유연한 소리 내기를 공부하면서 항상 그 택시기사 아저씨의 손놀림을 생각하고는 했다. 수동기어 차가 변속 충격으로 꿀꺽거리지 않도록 기어를 바꾸는 것과 음과 음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것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 느낌을 안다면 정말 좋은 운지의 포인트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 완성은 남다른 연주의 세계를 맛보게 할 것이다.
색소폰을 입문하면서 운지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가 훗날 고치기 힘든 젓가락질이 되어서 고생을 한다.
당장 소리를 내고 싶고, 하루빨리 연주도 하고 싶어서 손가락 모양에 관심이 없다면,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 특히 무리한 힘이 발생하고, 결국 가르치지도 않은 나쁜 습관의 운지가 평생 아쉬움으로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도움이 될 ‘피해야 할 운지'와
'좋은 운지 4가지'이다.
1. 손가락을 키에서 멀리 둔다.
2. 손목이 꺾인 상태로 키를 누른다.
3. 손바닥을 감싸 쥐지 않고 힘주어 편다.
4. 왼손 새끼를 불필요하게 움직인다.
1. 손과 손목에 자연스럽게 힘을 준다.
2. 손가락을 키에 가볍게 올려둔다.
3. 모든 손가락을 일정한 힘으로 움직인다.
4. 최고 음역에서 손바닥을 감싼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아래의 '좋은 운지 연습 방법'을 추천한다. 잘 읽고 따라 해 보자.
1. 어깨의 힘을 빼고 손목을 가볍게 털어준다.
2. 손을 악기 위에 가볍게 해당 키 위에 올린다.
3. 손가락의 끝을 키에 바짝 붙인다.
4. 누르고 있던 키를 놓았을 때 올라오는 키의 탄력에 손가락이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 키를 누를 때뿐 아니라 놓을 때도 손가락이 키의 위에 붙어 있도록 한다.
5. 왼쪽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한다.
6. 왼쪽 손목에 시계가 있다 가정하고 틀어서 몇 시인지 확인하듯 위치를 만든다.
7. 거울 앞에서 서서 스스로 전문 연주자처럼 보이도록 노력한다.
8. 자연스러운 운지가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 색소폰 운지에 있어서 양쪽 어깨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양쪽 겨드랑이의 틈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한다.(주먹 한 개 들어가는 정도가 좋다)
잘 배우고 개구리 왕눈이를 연주해보면, 어릴 적 유연함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알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배우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굳이 알필요도 없는 것들로 자연스러움을 잊게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정말 개구리 왕눈이를 아름답게 연주하던 친구가 있었다. 리코더를 가볍게 들고,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이고는 '견고함'과 '유연함'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지금도 좋은 운지가 필요하면 그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한다.
힘 빼라는 말처럼 식상한 기본기 언어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 이치는 힘 빼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