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운동러들이 있다. 등근육이 쩍쩍 갈라지거나, 날렵하고 잘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들.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얻은 결과일 거다. 반면에 나 같은 사람들도 있다. 프로 운동러들을 부러워하고 따라 해보려 하지만, 그들만큼 운동에 쏟을 열정과 에너지는 부족한 사람들. 몸도 물렁하고, 흠뻑 땀 흘리며 운동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서 어디 가서 운동한다고 이야기하기 부끄럽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운동이 있다. 나는 프로 운동러들이 헬스장으로 향하는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아령을 하나 들 시간에 코딩을 한 줄 한다던가. 광배근의 움직임에 집중할 시간에 책 읽는 삶을 살았다. 이미 열정을 소모한 내게 남은 건 고작 스쿼트 몇 세트와 풀업 몇 세트. 이 정도로는 부러워할 만한 프로 운동러가 되기 어렵다.
어쩌면 나는 에너지의 총량이 작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인정하고 생각해보자. 중요한 건 어찌 되었든 나도 운동을 곁에 두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내 운동이 누군가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거나, 운동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운동은 아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는 브런치 작가인 고영님의 '평생 몸 움직일 줄 몰랐던 사람'이 운동 덕후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운동 수행 능력이 얼마나 좋아졌고, 운동을 통해 체지방이 얼마나 줄었는지 굳이 책에서 자랑하지는 않는다. 다만 얼마나 운동을 좋아하는지 보여줄 뿐이다.
"또 이번엔 어디서 아파서 왔어요?" "어깨요... 쌤 이번엔 운동 얼마나 못 할까요?" "원래는 쉬어야 하는데... 살살은 해도 상관없어요..." "운동해도 된다 고요?"
내가 반색하자 그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내가 운동하지 말래도 할 거잖아요."
운동 덕후들은 다쳤을 때, 아픔보다도 운동 못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먼저 스쳐 지나간다. 얼마나 운동을 좋아하는지 "운동해도 된다고요?"라는 한 마디보다 더 잘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모두가 프로 운동러가 되지 않아도 좋다. 중량을 몇 개 친다던가. 체지방률이 몇 이하라는 사실은 '성공적'인 운동과는 관련이 없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몸을 돌보고 그걸로 기분이 좋아졌다면 그게 성공이지 뭐 특별한 게 있겠는가.
직접 만든 운동 어플인 '내만트'
과도한 재택근무로 허벅지가 젤리가 되고, 생활이 굼벵이가 되어갈 무렵. 나는 다시 홈트를 시작했다. 나도 몇 번의 시작과 몇 번의 포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요즘은 꾸준히 매일 10분이라도 몸뚱이를 움직인다. 억지로라도 몸뚱이를 움직이고 나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기름칠이 되는 것 같아 좋다. 이 정도면 나도 성공한 운동러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