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허벅지가 젤리가 된다
한때는 '스쿼트 300개 챌린지'를 해보겠다고 유튜브 틀어놓고 열심히 따라 하기도 했었다. 그 정도는 나도 금방 할 줄 알았지. 온몸으로 의지를 불태우던 보람찬 하루가 고작 며칠이었을까. 운동을 쉴 그럴싸한 이유는 언제나 있었다. 회사일이 바빠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날이 있었고, 감기 몸살로 이틀쯤 앓아 누었던 날도 있었다.
사실 하루 이틀 운동을 쉬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의지를 잃기는커녕 하지 못한 운동 따라잡으려는 듯 오히려 불타오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너무 불타버린 탓이었을까.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처럼 어느 날부터 어깨가 아파왔다. 관절이 다친 채로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는 자칫 부상이 만성화된다. 안타깝게도 지금이 내 영광의 시대는 아니었기에 '어깨가 다 나을 때까지' 운동을 쉬기로 했다.
그동안 내 몸무게는 4kg가 늘었고 허벅지는 젤리가 되어갔다. 어깨가 다 나은지는 꽤 되었지만, 나태의 맛을 보고 나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지만 집에만 있어 답답한 마음뿐이다. 춥기는 또 얼마나 추운지 이불속이 좋아 선뜻 운동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운동을 다짐하고 또 실패하기를 몇 번째일까.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먼지 쌓인 아령을 외면해버린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데 필요한 것은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가 아니다. 하던 일을 잊지 않고 그저 할 뿐. 때로는 힘겨워 징징댈 수도 있고. 쳐다보기도 징글징글해서 몇 달쯤 손 놓아 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잊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면 나는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된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어깨가 아파왔듯이 갑자기 '아자! 아자!' 하고 기합 한번 내지르고 몸뚱이를 움직였다. 처음엔 예전 같지 않은 몸에 놀라고 실망했지만. 예전의 몸뚱이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으니 며칠 부지런히 움직이면 금방 예전처럼 날래 질 거다.
분명 게으름이 또 찾아오겠지만 괜찮다. 잠시 게을러졌다가도 다시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서 이겨 내면 된다. 꾸준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포기했다가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다. 그래서 오늘 또 시작해본다.
안녕, 반가운 근육통. 내일 또 괴롭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