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공감, 그 어려운 첫발
82년생 김지영이 넷플릭스에 풀렸다.
논란의 영화...
이해는 되었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내가 김지영으로 살아보지 않아서였다.
나는 남자라는 이유로 밤늦은 시간에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고 성별때문에 직장에서 승진누락을 당해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았다고 경력이 단절되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난 김지영이 느꼈을 감정들을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부당함을 많이 느꼈을것 같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 사회는 남성중심적으로 작동했다. 세상은 정글이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게 중요했다. 자연히 물리적인 힘이 센 남자가 그 세상을 장악했다. 힘이 약한 여성은 도구화되었고 남성도 여성도 그런 세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선진국은 여성의 교육과 사회진출이 우리나라보다 더 빨랐고 더불어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더 먼저 내기시작하며 성 불평등이 좀 더 빨리 완화되었다.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우리 어머니, 우리 누나 세대만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희생을 강요당했으며 사회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선진국과 우리의 성평등 지수차이는 경제개발 속도와 여성의 교육과 사회진출 시기에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혹자는 이 영화가 62년생 김영자씨 얘기가 아니냐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 언제적 얘기를 하냐며 비판한다. 맞다. 시대는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교육수준이 많이 올라갔고 사회진출도 많아졌다. 그래서 이제야 여성들이 자신들이 그간 겪은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어진 가부장적 시스템을 보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점점 나아질 것이다.
이 영화는 62년생 김영자씨를 얘기하는것이 아니다. 세대를 관통하며 여성이 얼마나 부당한 일들을 당했는지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남성들은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여성들의 부당함을 이해해보고자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그래야 이 사회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을것이다.
20대와 30대 초반의 남성들은 이 영화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미 여성의 인권이 많이 진전된 세상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녀차별에 대해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오히려 군대, 여성에 대한 강요된 배려 분위기 속에서 컸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얘기한다. 그들은 결혼을 한 여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이 영화를 보고 이해라도 해보려는 노력을 해보길 바란다. 82년생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약간 과도한 측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실제 그 세대 여성들 중 보편적으로 느낄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편견을 걷어내고 열린 마음으로 보자 그러면 공감은 못해도 최소한 이해라도 할 수 있다.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