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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Dec 19. 2020

[시네마 톡] 국가 부도의 날

단점과 장점, 동전의 양면

영화적으로 훌륭한 영화다. 최국희라는 감독 잘 모르던 감독이었는데 긴장을 다루는 솜씨가 훌륭하다. 국가 부도를 미리 예견한 윤정학(유아인)이 국가부도사태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시퀀스는를 압도적이다. 윤정학이 IMF 발생 원인을 설명하고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는 이 시퀀스는 윤정학의 설명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교차편집으로 처리되어 어려운 사안을 쉽고 몰입감 있게 설명하였다. 빅쇼트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원인을 설명할때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하다. 선의 편에 서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한시현(김혜수)과 악인으로 그려지는 재정부 차관(조우진)이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이 영화의 백미다. 선과 악이 너무도 명백히 나뉘어 영화는 극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이런 영화적인 탁월함은 우리가 실제 겪었던 IMF 사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IMF 체제 이후 분명 이 나라는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쉬워졌다. 고용유연성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이 생겼고 정규직도 정년을 채우는 일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서민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사회안전망 없이 울타리 밖으로 쫓겨난 서민들은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 이익에만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나 먼저 살고 보자는 생각들이 자리를 잡게되었다. 이는 IMF 협상 조건 때문에 그렇게 된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시현의 방법은 무조건 옳고 정부가 판단한 방법들은 모두 그른것이었을까? 영화에서 한시현은 국가 부도사태를 미리 알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재정부 차관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말대로 정부가 국가 부도사태 일주일전 국민에게 알리는게 정답이었을까?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는가? 국가가 위기라고 연일 언론에서 얘기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은행에 묶여있는 돈이 생각날 것이고 불안감에 이를 하루라도 빨리 찾기를 원할 것이다. 너도나도 은행에 달려가기 시작하면 이 사회는 공포감이 지배하게 될 것이며 이는 대규모 뱅크런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뱅크런의 발생은 우리나라 경제가 패닉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이 피해가 일주일 동안 어음을 받은 사람의 피해보다 훨씬 크지 않았을까?


※ 참조: 서용마님, 모든 사람이 은행에 맡긴 돈을 동시에 찾는다면? https://brunch.co.kr/@bonfire/386

IMF 실무진과 협상하는 부분에서 갈등은 폭발한다. 한시현은 굴욕적인 조건이라며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IMF 협상을 깨고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자고 한다. 그런데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모라토리움이 가능한 이야기였을까?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한것은 천연자원이 많고 내수가 버텨주기 때문인데 천연 자원없이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우리나라 같은 무역 중심 국가에서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영화에서 그린 정의의 편인 한시현의 말을 모두 그대로 들었을 경우 과연 우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게 되었을까?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였는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서였는지 너무 단순하게 선악을 구분짓고 답을 너무 쉽게 냈다. 우리나라에 큰 충격파를 준 중요한 사건에 대해 입체적인 고민없이 화려한 영화적 테크닉으로 그 답을 대중에게 강요하였다. 보통 한 사람의 단점은 그 사람이 가진 장점에서 기인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단점은 이 영화 최대의 장점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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