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물장어 Dec 16. 2020

 [시네마 톡] 남산의 부장들

조폭의 시대, 사실에 다가가기 위한 느와르


1. 영화를 제대로 평하기 위해서는 책을 먼저 읽어야할 것 같다. 어디까지가 원작의 힘이고 어디까지가 우민호 감독의 해석인지를 알아야할 것 같다.


2. 원작은 김충식 현 가천대 부총장이 기자시절 쓴 르포타주다. 기자가 직접 여러 취재원들을 만나 취재하고 빈곳은 기자의 상상력과 해석으로 메운것이다. 이는 정사가 놓친 부분을 메우고 역사를 완성한다. 책을 읽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원작자인 김충식 전 기자가 인터뷰했던 기사 통해 추정하면 책은 중정을 중심으로 자행되던 수많은 일들이 서술되었지만 영화는 10.26의 원인을 쫓는데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김재규라는 인물이 있다.


※참조: 김충식 현 가천대 부총장 인터뷰 기사: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778&fbclid=IwAR1VvfK0UV-N9wpLiOF-Jd8CqxgQmKDCyjCMOn434ed3NrsD6N8Cx8pkW20


3. 영화(원작에서도 그런것으로 보이지만)는 10.26의 원인을 중층적으로 다룬다. 본디 사건은 단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영화(그리고 원작)에서는 10.26의 원인을 미국의 분위기, 부마항쟁, 권력에서 소외된 김재규 등 다양한 이유들을 제시한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누구는 김재규를 민주열사로 부르고 누구는 단순히 권력추종자로 부르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다 김재규가 박정희의 저격을 실행한 원인으로 나열할 뿐 어떠한 정치적 판단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영화는 박정희의 충신이었던 김재규가 왜 그를 저격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차근차근 쌓아올린다. 이 과정에서 김재규의 심리변화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는데 이병헌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4. 영화는 사실상 조폭처럼 운영되던 당시 유신정권의 행위를 느와르의 형식을 빌려 극화하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잘 짜여진 느와르 영화라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느와르 영화의 전설인 '대부'와도 비견될만 한다. (실제로 영화에는 '대부'의 명장면인 마이클이 부하들을 시켜 정적을 모두 살해하는 장면과 유사한 느낌의 장면이 등장한다.)


5. 원작자인 김충식 전 기자님께 경의를 표한다. 원작은 진짜 기자의 발로 뛰어서 정사에서 다루지못한 많은 부분을 설명하였다. 링크한 인터뷰에는 그분께서 바라보는 저널리즘에 대한 시각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 시점에 그 분의 한마디는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시네마 톡] 거대한 해킹-디지털 시대의 프로파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