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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Apr 18. 2021

[시네마 톡] 서복 - 미완의 사이버펑크

티빙 오리지널 서복 리뷰

1. 서복은 극장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가 자사 영화사에서 만든 작품을 자사 OTT에 동시개봉을 한 최초의 작품이다. 워너 브러더스가 올해 개봉작 전부를 극장과 동시 개봉한다고 했는데 워너는 극장이 없기 때문에 이 결정으로 극장의 영향력이 약해지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CJ는 국내 극장 시장의 압도적 1위 사업자로서 극장 중심 생태계가 붕괴될 경우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는 극장 동시 개봉을 택하며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티빙’의 가치를 올리고자 하였다. 이는 영화 생태계에서 극장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뉴 플랫폼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서복은 국내 최초로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로 승리호에 이어 국내 스토리텔링 콘텐츠 소재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복제인간을 다루어 가장 큰 호평을 받은 영화로 사이버 펑크 장르의 효시인 블레이드 러너가 있다. 블레이드 러너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생명윤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아내며 수많은 매니아를 양산해 냈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소재이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가능하며 이로인해 잘 만들면 정말 걸작이 탄생할 수 있는 소재이다. 서복은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서복’의 이름은 불로불사를 꿈꾸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보낸 방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그러한 유한한 삶을 거부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서복은 이러한 메시지에 대한 강박을 과하게 드러내며 자멸하였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두 주인공의 대화는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철학의 깊이를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한 채 지루함만을 안겨주었다. 이용주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9년간 작업했다고 했는데 시간의 길이만큼 고민의 깊이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 같다.      


3. 서복의 또 다른 문제는 개연성에 있다. 특히 빌런인 안부장이 그토록 서복을 죽이고자 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인간 욕망의 산물인 서복을 통해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욕망이 맞붙는 스토리를 구상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축이 행동하는 이유가 잘 설득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 전체가 공감을 얻지 못한채 표류한다.   

  

4. 서복을 보고나니 NEXT 최고의 명반인 ‘The being(존재)’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음반은 국내 100대 명반에 포함된 앨범으로서 인간의 존재와 영원에 대한 철학적 고민들이 가득하다. ‘날아라 병아리’에서는 어린 아이가 처음 인간의 유한한 삶을 깨닫는 순간을 다루고 있고 전자악기로 만들어진 연주곡 ‘생명생산(Life Manufacturing)’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다루는 인간 생명 제조에 대한 행위를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사운드로 풀어냈다. 이 엄청난 앨범의 대단원을 내리는 마지막 곡인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는 영원 불멸한 것 같은 바다의 이미지를 차용해 인간의 영원과 불멸에 대한 욕망의 덧없음을 그리고 있다. 서복에서 바다는 자주 차용되는 이미지였는데 이용주 감독이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며 이 곡에서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5.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복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영화라는 콘텐츠가 유통되는 창구의 지평을 넓혔으며, 국내에서도 사이버펑크 계열의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음을 알렸다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화가 계속해서 시도중인데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까지는 미완에 그쳤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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