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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Sep 09. 2021

[시네마톡] D.P. - 악마의 전시, 옅어진 철학

넷플릭스 D.P.는 군생활의 부조리를 재료로 삼은 버디무비 오락영화다. 충분히 재미있다. 그런데 웰메이드냐고 묻는다면 다소 아쉽다고 대답할것 같다. 


시리즈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겠다고 생각했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탈영병의 검거 에피소드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추리 과정도 어설프고 이야기의 개연성도 심하게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이 에피소드들은 전체적인 주제와도 동떨어져 있어 드라마와 떨어져 혼자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다.

D.P는 액션과 이미지를 전시하는데 집중하고 진짜 다루어야할 주제의 본질은 아쉽게 다루고 있다. 군대는 그 특수한 환경때문에 멀쩡하던 사람이 쉽게 악마화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인간이 가진 폭력성이 극대화되는 곳이고 그걸 드러내는 것이 미덕인 조직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인간의 가장 어둡고 원초적인 부분을 목격할 수 있다. 그건 아무런 보상이 없이 억지로 끌려온 젊은 남성들을 가두어놓은 전투조직이라는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할 것이다.  


D.P.는 군대에서 생기는 문제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몇몇 이상한 개인들의 문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군대가 이상한 곳이 맞지만 D.P.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심한 가혹행위들은 아주 오래전에 있던 일들이다. 극을 위해 과하게 선임의 악마성을 극대화해 보여준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이 다소 판타지처럼 보인다. 그냥 악마들을 전시하며 분노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군대의 부조리한 시스템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처리하고 만다. 그게 아쉽다.

D.P.를 보는 내내 군대를 다룬 최고의 영화인 "용서받지 못한 자"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제 아무리 정의로웠던 인간마저 비열하게 만들어버리는 군대의 특성에 대해 집중한 이 영화는 군대 조직의 야만적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폭로하고 있다. 폭력의 수위는 "용서받지 못한자"가 훨씬 낮게 표현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악마의 기원을 다루고 있기에 훨씬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D.P는 참 재미있지만 뭔가 참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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