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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Sep 09. 2021

[시네마톡]샹치-오리엔탈리즘으로 점철된 페이즈4의 시작

샹치는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페이즈 3를 장대하게 마무리한 마블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첫 영웅으로 내놓은 캐릭터이다. 샹치의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한 텐링즈는 페이즈4의 중심이 될 이터널즈와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블이 페이즈 4의 첫 캐릭터로 동양의 영웅을 내놓았다는 것은 디즈니가 아시아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페이즈 4의 제작소식을 보다보면 과거에 비해 동양 캐릭터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터널즈에 마동석이 캐스팅되었으며, 캡틴마블2에는 박서준이 캐스팅 되었다. 또, 얼마전 공개된 소식에 따르면 스파이더 우먼 ‘실크’의 제작이 확정되었는데 ‘실크’의 캐릭터는 한국계 미국인인 ‘신디 문’이다. 10년이 넘는 MCU의 역사에서 동양인이 등장한 것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한 닥터 조가 전부였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변화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블 영화의 국가별 흥행 순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페이즈 3 대장정의 화룡정점이었던 엔드게임의 흥행 수익 순위는 미국, 중국, 영국, 한국 순이다.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 중국이며, 한국도 절대 무시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최근 아시아 시장의 콘텐츠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샹치는 이러한 마블의 새로운 비전을 품고 제작된 영화이다.     


※ 참조: Box Office Mozo, 어벤져스 엔드게임 국가별 총수익 

https://www.boxofficemojo.com/releasegroup/gr3511898629/ 

그런데 영화는 정말 실망스럽게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본 마블 영화 중에 거의 최악에 속한다. 샹치는 ‘러시아워’처럼 시작해 ‘와호장룡’처럼 진행되다가 ‘디워’처럼 끝난다. 쿵푸, 대나무 숲, 거대한 용이 모두 등장한다. 중국과 홍콩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해 낸 이미지를 기워서 만든 동양 판타지 종합 패키지다. 아시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마지막에 뜬금없이 용이 등장해 하늘을 날아다닐때는 정말 보기가 힘들었다. 디워를 볼 때 느꼈던 부끄러움과 유사한 것이었다.     


마블영화가 어차피 판타지이니 동양 판타지에 대한 적극 활용을 이해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고민이 없이 만들어졌다. 가족의 이야기가 핵심인데 이 부분에 대한 빌드업도 제대로 안하고 스토리를 전개하다보니 샹치의 분노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빌런 웬우의 행동도 제대로 공감되기 어려웠다. 양조위라는 대배우가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캐릭터 서사가 빈약하다보니 그다지 매력적인 빌런이 되지 못했다.      


페이즈 3에 비해 더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페이즈 4가 이렇게 시작된데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텐링즈라는 아이템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곧 개봉을 앞둔 이터널즈의 이야기와 텐링즈의 전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인피니티 사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인피니티 스톤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마블의 페이즈 4는 이렇게 시작됐고 전체 이야기가 어느정도 진행된 이후에 이 영화를 좀 다른 시각에서 평가해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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