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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 Sep 22. 2018

스타트업 퇴사생의 도쿄(3)

시루 카페와 문고본


여행을 가면 랜드마크보다는 그들의 생활을 궁금해하고 그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많이 알아보려고 한다. 남산타워나 63 빌딩이 서울 사람들의 생활을 대변해 주지 않듯 ‘일본 가면 꼭 봐야 할 곳 Top7’에 비하면 내가 보고 온 것들은 대게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인데

나는 그 사소한 것들이 더 재밌다.

재밌는 여행기를 쓰려고 했는데 점점 무슨 보고서처럼 길어졌다;;;;


[시루 카페 - 커피를 공짜로 팔아도 돈 버는 카페 ]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률에 기여하고 있는 노동할 의지 있는 실업상태의 20대로써 일본의 대졸 취업률이 98%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며 놀랍기도 부럽기도 하다. 좋은 것이던 안 좋은 것이던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 앞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계속되는 저출산과 베이비부머 은퇴가 이어지면 지금과 취업시장은 달라질까?

와세다 대학 앞을 거닐다 카페로 보이는 공간에 피터 틸의 <Zero to one>, 손정의 관련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여기는 뭘 아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에 들어갔다.

우선
아쉽게도 우리는 그 카페를 이용할 수 없었다.

그 카페는 무료로 그러나 학생들 회원제로 운영되며 설명에 따르면 Softbank, PWC, LINE 등 졸업한 선배들과의 네트워킹 시간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게이오 대학교 앞 시루 카페  University student U30이 눈에 띈다.>


비슷한 곳으로 퇴사 준비생의 도쿄에 소개된 시루 카페도 있다. 시루 카페는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기업들에 스폰서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지금 구인 전쟁이다.

기업은 입사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학생을 원하지만 학생은 정작 기업에서 day to day task가 뭔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도 채용설명회를 하지만 일방적 전달하는 것과 함께 섞여서 대화를 나누며 얻는 정보는 그 양과 질에서 분명 다를 것이다.

때문에 정보와 커피를 원하는 학생에게도 
우수한 예비 구직자들을 선점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도 Win-win인 셈이다.

다만 시루 카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명문대 앞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질 것 같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일본 도쿄의 음식점에서는 외국인 서버들이 서빙을 담당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조선족 이모님들이 식당에서 주방이나 서빙하시는 것을 많이 봤으나 (지방에서는 잘 보지 못했다.) 그나마 서비스직은 언어와 외모가 같은 조선족분들이고 영어 강사를 제외한 많은 외국인들은 일손이 부족한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는데

도쿄에서는 서비스직까지 외국인들이 담당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로 베이비 부머들을 이 대거 은퇴하는 10년쯤 후에는 노동시장 양상도 비슷해지지 않을까?

<로봇이 부상>이란 책에 보면 패턴이 예측한 것들은 모두 자동화가 가능하고 자동화 전 단계로 노동력의 해외이전이 일어난다고 한다.

최근 Emart24에서 무인 편의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10년 후는 어떨까?
자동화일까? 다문화 일까?

<와세다 대학교 도쿄는 12월에도 여전히 가을이다>


[와세다 대학교 학생회 현수막 - 그 이메일이 그 메일이 아니여]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있는 대학교에 가보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도 대학생이나 학교가 시골에 있어 항상 다른 학생들은 무엇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호기심이 많아 꼭 그곳의 학식을 먹어보고 포스터나 대자보 같은 게 있으면 흥미롭게 읽어보는 편이다.

도쿄에 갔으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교이자 <상실의 시대>의 배 경이된 와세다 대학교에 가보았다.

캠퍼스를 돌아보던 중 현수막에 컨택포인트로 DOCOMO 계정의 이메일이 있어 함께 여행한 형에게 통신사인 DOCOMO가 검색엔진도 운영하냐고 물어봤다,

알고 보니 일본에서 폰으로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이메일이라고 칭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조금 먼 친구들끼리 카톡 추가를 먼저 하듯 일본에서 연락처를 얻을 때 보통 이메일 주소를 먼저 교환하고 전화번호는 조금 더 가까워진 후에 교환한다고,

네이버 블로그에 적혀있는 “서이추(서로 이웃)는 조금 더 친해진 후에”와 비슷한 개념인 듯하다.

요즘에는 그나마 라인으로 많이 대체되었다고



[키노쿠니아 서점 - 일본 최대 서점, 매일매일 글쓰기 그리고 문고본]

<지적 자본론> 츠타야 서점 개쩐다는 이야기는 많으니 나는 다른 서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보통 스케일을 이야기하면 ‘대륙’의 OO을 언급하는데 일본도 스케일 면에서 못지않다.

무려 9층에 달하는 서점이다.

서점 한편에
아이돌 멤버들이 추천하는 책들이 블라인드 북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 아이돌 멤버수가 무려 46명이라 46종 ㅋㅋㅋㅋ 우리나라도 BTS가 트위터로 책 추천을 하고 팬들이 따라 읽어 화제였는데 우리나라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도 이런 기획전 하면 재밌을 것 같다ㅋㅋ


<46명의 아이돌 멤버가 추천하는 46개의 책>


또 한편에서

함께 여행한 형이 역사에 밝은 덕분에 ‘윤치호 평전’을 발견, 한국에서 생소한 한국인의 책을 일본 서점에서 발견해 반가웠다.

윤치호는 1883년부터 1943년까지 매일매일 일기를 썼다고 하는데 각종 사건뿐만 아니라 소문과 인물들의 행적까지 기록되어있어 개인의 기록이 소중한 사료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근데 알고 보니 친일파 ㅡㅡ)

일본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이 순간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라고 했다. 나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간 나만의 글 리듬을 가지고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도쿄 서점에는 문고본 비율이 높다.
또한 지하철 등에서 문고본 책을 꺼내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물론 스마트폰 보는 사람이 더 많다.)

모바일 기기의 정의가 이동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개체라면 문고본도 넓은 범위로 모바일 기기에 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소비하는 TPO도 비슷할 것이다.

책을 읽는 용도로 요즘 이북 리더기가 잘 나온다.
잘 나오지만 나는 안 맞다.

소설가 김영하는 스마트폰으로 소설도 쓴다고 하는데 디지털과 아날로그에는 나이가 없는지 혹은 내가 촌스러운지 학부 때 논문 읽기 용도로 아이패드를 샀으나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여전히 프린트해서 읽고 아이패드는 Netflix용으로 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또한 양장본 책들은 종이질은 좋으나 무겁고 가격도 무겁다 ㅠ

혹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허세가 있어 실용성보다는 종이 질을 신경 많이 써서 하드커버로 나온다고 하는데 그보단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 출판계 구조상 문고본으로 판매하기보다는 하드커버로 비싸게 팔고 시간이 지나고 할인해서 파는 게 더 이득이라 그동안 문고본이 설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요즘은 아날로그 열풍이 불면서 기획전 형태로 다시 우리나라에도 문고본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안 한다는 말은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듣는 말이다.

독서율이 낮은 이유가 비단 책이 무겁고 비싸서만은 아니겠지만,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을 즐기는 독자로써 우리나라에도 조금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를 바란다.



Ps 뭘 더 공부하면 디지털 노매드로 살 수 있을까?



출처: 

http://movingcastle.tistory.com/2?category=767446

 [see the uns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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