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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E Apr 22. 2023

겨울이여, 다시오라

처참했던 겨울이 가고, 기어이 봄이 와버렸다.

올 겨울만 버티자, 했던 할머니는 눈이 제일 많이 오던 날 가셨고,

심장병을 앓던 하얀 강아지 진주도 겨울의 끝자락에 가버렸다.

할머니는 다른 강아지 감자를 아끼시며 키우셨지만,

진주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심장병으로 병원을 자주 들락거렸고, 며칠씩 입원도 자주 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허연 애기 어디 갔냐며 찾으셨다.

그러면 방에서 자고 있다, 밥 먹고 있다 등등 거짓말을 했지만, 할머니는 우리의 거짓말을 금방 눈치채셨다.



퇴원하고 오면 강아지를 안고 우셨다.

"고생했다 우리애기, 아가, 계속 건강해야 돼"

할머니도 알고 계셨다. 진주가 아프단 것을.


그리고 진주도 참 똑똑한 아이였다.

할머니가 아프신 것을 진주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침대에 오시면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알아서 자리를 비켰고, 일어나실 때면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가서 할머니를 일으켜드리면 나를 보며 짖었는데, 조심히 하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가끔 할머니가 혼자서 휠체어 타고 나오시면 할머니보다 먼저 달려 나와서 나를 보고 왕왕 짖어댔다.

할머니 보라는 소리였다.

우리 가족들만 아는 강아지의 목소리였다.

견주생활 10년이면 강아지와 의사소통이 된다.



할머니는 강아지들과 정이 깊으셨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적에 감자는 할머니와 살았고, 진주는 엄마가 출근길에 진주를 할머니집에 맡겨놓고 출근하셨는데, 할머니집은 강아지들의 어린이집이었다.

할머니는 아침저녁 꼬박꼬박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셨고, 허리 아프시고 다리 아프셔도 산책은 빼놓지 않고 나가셨다.

말 못 하는 짐승 서운하지 않게 키워야 한다며 산책도 꼬박꼬박, 밥도 꼬박꼬박.

하지만 간식은 살찐다고 잘 안 주셨다.



그 습관은 뇌졸중이 오고 나서도 잊지 않으셨는데, 아프시고 나서도 날씨가 좋으면 가끔 할머니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으셔도 강아지 두 마리의 줄을 꼭 붙들고 가셨다.

나는 할머니 손이 아프실까 봐, 손에 힘이 없어서 놓칠까, 내가 줄도 잡겠다고 했지만 할머니가 잡으실 거라며 고집을 부리셨다.


따뜻한 햇살, 선선한 바람.

작년의 봄이었다.

그때처럼 행복했을까,

작년의 봄은 몸은 힘들어도 모두들 살아있어서 행복했다.

올해도 작년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

그들의 빈자리가 채워질 수 있을까.


다시 오너라,

나에게 다시금 행복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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