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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E Jul 22. 2021

부모님의 사랑 배우기 -3-

어른들이 생각하는 나의 동심 지키기

크리스마스의 정석은 트리 장식과 산타 할아버지 일 것이다.

나에겐 여기에 "양말"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티비나 그림책에 나온 빨간색에, 하얀색 털이 달린 커다란 양말을 트리에 걸어놓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넣어주는 그런 로망 말이다.

나의 로망을 이루려면 우리가 준비할 것은 크리스마스트리양말인데, 나에겐 둘 다 없었다.

아이도 없는 시골집이라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으니, 난 할아버지께 그림책을 보여드리며 트리를 사달라고 졸라댔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산에 가서 내 키만 한 나무를 썰어 오셨다. 내가 아는 트리에 비해 잎이 넓었지만, 나름 뾰족뾰족한 잎을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나무를 화분에 넣고 뚝딱뚝딱 고정시키셨는데, 나무가 무거워서 인지 영 잘 서있지 못하고 금방 넘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다음날, 아예 잎이 뾰족한 사철나무를 구해다가 마당에 떡 하니 심어주셨다.트리에 비해 동글동글할 정도로 잎이 풍성했는데, 난 그 나무가 너무 좋았다.

대망의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난 거기에 여러 구슬 전구를 달고, 색종이로 별을 만들어 꼭대기에 붙였다.

그리고 중요한 양말!

집에서 가장 비슷한 모양은 할머니의 버선뿐이었다.

그중에서도 빨간색 버선은 영 촌스러운 색이었지만, 할머니가 바느질로 실을 달아주셔서 나무에 묶어서 걸어놓았다.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눈을 떠서 트리 앞으로 달려갔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당연히 버선이었다.

버선 안에는 편지 한 통과, 장난감이 버선 안에 꾸역꾸역 들어가 있었다.

열어본 편지 안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로 시작해서 건강하게 잘 크고, 울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는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중요한 건, 글씨가 너무 할아버지의 글씨체였다.

난 그때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고 눈치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편지가 너무 빼곡하게 적혀있어서, 그 내용들이 사랑이 가득 차 있어서 산타 할아버지다! 하고 기뻐했다.

동심은 무너졌지만 난 어른들의 사랑을 받는걸 깨달은 한층 더 어른이 되었다.

그 뒤로도 어른들은 나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물을 때면, 항상 그때의 이야기를 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셨다고, 내년에 또 오실 거라고.




오늘의 한줄 - 아직은 어린이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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