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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 바다 그리고..

골드코스트 해안가.. 무지막지한 바람..

by 아름드리

이제 슬슬 적응을 하나 봅니다. 아이는 스쿨버스를 타고 캠프에 가고 정신없이 아침 도시락을 준비한 시간이 지나자 조금 여유가 생깁니다. 오늘은 무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아이는 어디에 있나 살펴봤어요. 도와줘 앱을 이용해서 위치를 찾아보고 구글의 패밀리 링크를 통해서 찾아보고, 뭐 딱히 뭐가 정확하다 싶은 건 없고 비슷하네요.

아이는 지금 family link

아이는 커럼빈 동물원에 가 있네요. 아내와 이야길 하다가 거길 가볼까 했는데 아직 GO카드도 없어서 대충교통으로 가긴 벅차고, 우버 자전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것도 좀 내키지 않아서..

저는 오기 전에 가보고 싶었던 해변의 끝에 가보기로 했어요. 가면 등대 말고 없을 것 같지만 나름 그 끝도 의미가 있으니까.. 무엇이든 갈 때까지 가보는 건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편입니다. 산을 예로 들면 어느 봉우리를 올라보면 그 너머의 풍경도 보이고 힘들었던 기억들도 조금은 위안이 되니까요. 무엇보다 그 봉우리 뒤에 널찍하게 펼쳐진 풍광이며 더 멀리 보이는 높다란 봉우리가 보일 때는 우리 스스로가 참 작고 자연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목표의식이라는 관점에서는 해났다의 성취감과 두 번째 도전의 목표가 생긴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바다로 나갔네요. 해변에서 숙소까지 직선으로는 100미터 남짓이라 사람들이 뭐 하나 23층에서 바라보고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부는 골드코스트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답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최소한 지도는 살펴봤어요. 구글 지도를 보니 걸어서 1시간 37분 즈음 거리.. 제가 걸음이 좀 빠르고 산책과 운동을 좀 병행해야 할 때가 왔다 싶어서 아이 픽업시간 전에 올 수 있겠다 싶었지요.

도와줘 앱

바다는 너무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어요. 부서지는 파도소리 껙껙껙 갈매기와 발에 밟히는 사각사각 모래소리가 큰 숨을 쉴 수 있게 나를 일깨워주었어요. 온전한 휴가 그리고 산책.

바다를 점령한 새들~

평소에도 점심을 먹고 난 후 산책을 즐겨하는 편이라 소화도 시킬 겸 바다를 하염없이 걸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예쁜 조개가 나오면 나만의 작은 어항을 만들 생각을 하며 줍기도 하고, 사람들은 뭐 하나 힐끗 거리며 선글라스 사이로 바라보기도 하고..

파도가 심한 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킨 나를 발견했답니다. 다리가 천근만근 뻐근한 근육들이 느껴지더니.. "돌아갈까"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어요. 그래도 저 멀리 등대를 찍고 오고 싶어 오기를 부렸답니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수업을 나왔는지 삼삼 오고 펜과 노트를 들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끄적이기도 하고.. 그냥 그 모습 자체가 예쁜 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었나 봐요.

The Spit Gold Coast

아이가 어릴 땐 정신없더니 이제는 아이가 너무 커버려서 인지 지금 이 예쁜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쑥쑥 크는 게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조금 더 많이 시간을 보내야지, 더 친절하게 해 줘야지 하다가도 금세 화를 내고 무뚝뚝한 아빠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바다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배도 없고 그저 바람과 파도 일렁이고 부서지는 찰나와 송골송골 맻이는 물방울들과 총총 걷는 새들.. 그러고 보니 많네요.^^ 바람이 거센 하루였어요.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불어 서퍼들이 거의 보이질 않았죠. 저 거친 파도에 서핑을 할까 싶기도 한.. 아직까지는 며칠 안되어 제대로 서핑하는 사람을 못 본 것 같네요. 제대로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니 그저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멋지게 파도를 즐기는 영상처럼 뛰어난 사람들?

모래와 구름

무식하게 걷고 또 걸어서 등대에 도착했어요. 돌아갈 때는 자전거를 타리라 마음먹을 만큼 다리에 피곤이 밀려오긴 했지만 등대 앞에 부서지는 파도와 시원한 물살의 가지들이 오길 잘했다고 칭찬해 주네요.

Doug Jennings Park 근처 등대

돌아오는 길은 이전과 좀 다른 걸 좋아해요. 그래서 어쩜 반대편이 될지도 모르는 길을 뚜벅이다가 자연 산책로를 걷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예쁘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그래도 아이 픽업 시간을 체크하며 집으로 가야만 하는 시간이었어요. 자전거가 생각보다 보이질 않기도 했고 마땅히 시간도 촉박하지 않아서 좀 다른 길로 산책을 했더랍니다. 조그마한 공원에는 사람들이 나와서 놀이터에 아이들을 바라보고 간간히 점심을 먹는 사람들과 수줍게 마주 보며 웃는 연인들이 그저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공원 산책로

길가 곧곧에 공사가 진행 중이긴 했어서 "여기도 사람이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 저들도 일을 나온 경우일 테니까요. 아침나절에 7시면 숙소 앞 바로 앞에 호텔 공사장도 시끌시끌하는 걸 보면서 저들 눈에 나는 관광객이고 하염없이 여유로운 베짱이로 보이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럼 어떤가요. 나도 평소에는 일개미처럼 일하는데 이 정도의 사치도 가끔 있어야지 하는 마음이 드네요.

한 겨울의 야생화

걷고 또 걷고 잠시 앉아 있을 여유도 없이 자전거 산책로를 걷다가 딱딱한 자전거로를 내려와 옆에 잔디길을 걸었어요. 모래길은 너무 발이 푹푹 빠져서 오히려 피곤하기도 하고, 가장 발에 편안한 길은 역시 잔디가 놓인 공원을 가로지르는 순간이었네요. 이렇게 잔디가 잘 자라는 나라니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도 거뜬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있지만 밟지 말아 달라는 곳이 대부분이라 ㅎㅎ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맘 껏 잔디 밟기가 쉽지 않잖아요.


또 돌고 돌아 이리저리 바다 산책로를 따라 모래사장으로 복귀를 했어요. 모래 위에 멋진 나무 조각도 챙겨 왔어요. 자주 저만의 어항을 만들고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꽃게며 물고기를 잡아다 잠시 바다를 옮겨 숙소에 놓아보는 게 즐겨하는 행동이라..

골드 코스트 바다 풍경

저에게 의미 있는 산책이었어요. 발이 조금 아프지만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갔고, 풍경은 아름다웠고.. 생소한 배경과 바람 그리고 바다.. 여유롭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그냥 하고 싶어 하던걸 했다는 그 자체가 멋진 일이라 생각하며 또 하루하루 산책하듯 여유롭게 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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