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아이 방학 동안 이메진 캠프를 보내기로 하고서 맞는 첫 등교일.. 아침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도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알람은 6시 40분으로 맞춰 놓았지만 동이 터오기 전에 멋진 일출을 앞둔 바다와 마주했다. 너무 눈이 부시게 빛나는 동트기 전 광활한 태양 빛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해가...
부랴부랴 첫 번째 미션인 도시락을 위해 오늘은 김치볶음밥을 삼각김밥에 말아서 보내주기로 했다. 다행히 반찬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삼각 김밥용 김도 다 인터넷에 존재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연습(?) 했던 그대로 진행하면 되었다. 단지 문제는 집에서 늘 하던 것과 다르게 늘 쓰던 재료들이 즐비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떳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몇 가지 옵션 밖에 없었다. 몇 가지는 도전적인 식료품들.. 그래도 생각보다 어제 도전한 참치캔이 늘 먹던 맛과 비슷했고, 도시락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어제 마트 장보기 아이템들을 골라 볶음밥을 하기로 했다. 주는 감자와 당근, 양파와 무엇보다 맛있는 한국식 신김치(하나로마트 제공)였다. 다행히 맛이든 신김치는 맵지 않아 아이가 스스로 김치볶음밥을 해달라고 했으니 크게 걱정은 없었다. 색감을 위해 즐겨 먹지 않는 껍질이 두꺼운 오이도 준비해 두었기에 조금 추가했다. 어제 보충했던 스위트 콘도 곁들이니 나름 그럴싸했다. 참치 액젓 대신에 참치캔의 양념이 커버를 해주고 김이 간을 조금 보저하고 정 싱거우면 소금과 후추가 조금 보완했다. 그렇게 볶음밥을 힘겹게 끝내고 나니 이제는 삼각김밥의 소가 문제였다.
삼각김밥 아자아자 맛있어져라!
삼각김밥에서 워낙 중요한 존재인 가운데 들어가는 소 부분을 어떤 걸로 해야 할지 갑자기 고민이 되었다. 다행히 전날 샌드위치용으로 사둔 햄이 생각나서 두 가지 중에 비싼 걸 골라서 열어보니 얇은 햄이 채 널어 넣기 좋아 보였다. 다행히 채를 썰어 맛을 보니 나름 그럴듯하고 영양도 만점에 간도 딱 맞을 것 같아 재료 준비를 끝냈다. 나 혼자 신이 나서 사진도 좀 찍고 나서 밖을 보니 벌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동이 터 오르는 여유를 누릴 새도 없이 커튼을 걷어 아이를 깨우고 준비를 시키고 아침을 뭐 먹을지 골라보라고 했다.
등교
아이가 대부분 다 잘 먹기도 하고 삼각김밥도 좋아해서 마저 하나 먹고 나머지는 달콤한 딸기 요플레로 마무리하고 얼른 캠프 갈 준비를 한단다. 기특하기도 하고 용하기도 했다. 영어로 수업하는 캠프 이 낯선 곳에서의 시작을 거부하지 않고 가겠다고 준비하고 나서는 딸아이를 보며 나름 나도 반성을 했었다. 낯선 곳에 가는 것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나도 많았기에.. 이제는 나도 조금 더 용기를 내봐야겠다는 생각..
캠프 셔틀 출석
아침에 시간을 맞춰 만나기로 했기에 셔틀버스 앞은 이미 만원이었고, 첫날인 우리와는 달리 이미 이메진 이름 달린 목걸이를 한 친구들도 몇몇 보였다. 그나마 어제 함께 인사한 엄마들과 인사하고 새로운 선생님과도 인사를 했다. 역시나 뒷걸음치며 물러서는 딸아이를 달래서 선생님께 인사도 하고 줄을 맞춰 서라고 잔소릴 해댔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의 행열이었다. 서른 명 남짓의 아이들과 그들의 첫날을 응원하는 부모들이라니.. 거기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과 낯선 장소에서의 마주침은 역시 서먹서먹했다.
새로운 도전
첫날이고 이메진에서 오티가 있다고 하여 아이를 태워 보낸 후, 삼삼오오 우리도 우버를 빌려 캠프로 별도 이동을 했다. 막상 가는데 우버가 취소되고 먼 곳에서 오다 보니 15분은 기다려야 했다. 겨우 9시가 조금 넘어 오티가 시작할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에도 생각보다 쌀쌀해서 딸아이가 얇게 입고 나간 걸 후회하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나 역시 시간에 쫓기들 그들을 쫓아가야 했다.
오티 및 레벨테스트
오티는 생각보다 별거 없이 아이들이 삼삼오오 책상에 둘러앉았고 출석을 부르며 레벨테스트를 바로 시작하는 듯했다. 우리는 가자마자 이제 끝났다는 통보를 받고 못내 아쉬워 아이들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그래도 의젓하게 앉아서 뭔가 열심히 영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중하는 아이들을 연신 사진 찍고 동영상에 남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대기중
실장님의 안내도 있었고 대부분 별도 스케줄도 없어서 다 함께 근처 한국인 아내와 호주인 남편이 운영하는 예쁜 카페 쪽으로 걸어 이동했다. 이국적인 날씨와 풍경들 무엇보다 푸릇푸릇한 잔디와 크나큰 나무들 싱그러운 바람과 파아란 하늘이 여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카페
십오 분 정도 걸어서 뒷문으로 카페입구에 들어서고 보니 정문 쪽은 나름 큰 쇼핑센터를 품고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 상점들도 있었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바로 카페로 이동했고 다들 커피나 차를 하나둘 고르고 못다 한 아침을 시켜 먹었다. 생각보다 카페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괜찮았다. 카페 모카도 처음 먹어보는 모양인데 예쁘고 맛도 좋았다. 금방 손님들이 붐비는 그런 곳이었다.
예쁜 데코
맛좋은 카페 모카
허기진 배와 잠시 커피의 여유를 들리고 삼삼오오 나누기로 했다. 일정이 있어 가봐야 하는 분들은 빠지고 특별히 일정이 없는 분들은 추천하는 쇼핑센터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동안 많은 곳들을 돌았음에도 정신없이 사기에 바빴던 만큼 아이들이 없는 오늘은 그나마 조금 정신 차리고 못다 한 장보기다운 장을 보는 듯했다.
쇼핑센터
숙소로 돌아와서 또 깜박했던 연어 용 간장을 조금 나눔 해줍사 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아침에 싸 놓은 삼각김밥을 건네고 딸아이를 위한 미션을 클리어했다. 다른 집은 쌀도 원하셔서 우리가 나눔 하고 블루베리를 주셔서 비싸고 맛 좋은 블루베리를 얻는 호사를.. 그렇게 사람들과 조금 이야기 나누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또 정신없이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정신없이 치우고 식사준비며 이런저런 삶의 일상을 위해 꼭 필요한 행위들을 묵묵히 했으리라. 나도 그랬으니까..
빨래를 돌리고 음식 했던 것들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이불과 옷들을 정리하고 오늘은 뭐 하나 고민하고 이래저래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금방 알람이 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 픽업을 위한 시간.. 삼각 김밥하나로 점심을 때우고 잠시 앉아서 어제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머릿속을 비워내고 나니 금방 3시가 되었다.
3시 20분까지 다시 셔틀을 탔던 위치에서 기다리기로 해서 하나둘 부모님들이 모여있었다. 첫날이라 좀 늦는지 싶었지만 10분 20분 하더니 한 시간을 넘겨 뭔가 많이 지체된 캠프 복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나마 아이 위치 찾기를 이용해 아이들이 아직 캠프에서 출발조차 안 했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로비에서 기다렸지만 몇몇 부모님들은 밖에서 기다렸나 보다. 생각보다 오후 시간에는 바람이 쌀쌀맞게 불어서 옷을 두껍게 입지 않고서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겠다 싶었다.
아이가 돌아와 말을 들어보니 셔틀도 고장이 나서 바꾸는데 기다리고 이래저래 한 시간을 도로에 서 있었다고 했다. 고생이 많았을 아이들.. 추위에 떨었을 딸아이를 위해 얼른 밥 먹을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배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머니들과는 아이들을 모래놀이를 보낼까 수영장을 보낼까 했지만 야외가 워낙 추워 가급적 실내 풀장에서 모이기로 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하나둘 수영장에 모였다.
실내 온수풀
아쉽게도 딸아이는 수영을 못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을 물 만난 고기처럼 수영도 잘하고 씩씩하게 잘 놀았다. 나는 조금이라도 다른 친구들과 놀라고 수영복으로 가지 않고 나름 따듯하게 챙겨 입고 부모님들과 수영장의 의자에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는데 집중하고자 했다. 내심 혼자 수영 못하는 딸아이가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곧 잘 적응하리라 시간이 걸리는 부분을 나는 이해하고 있기에 조금 답답하더라도 이해해 주기로 했다.
또 하루가 흘러갔고 여전히 쌀쌀한 호주에서의 겨울을 그나마 아침나절의 따스한 햇살로 위로해 본다. 무엇보다 씩씩하게 캥거루를 봤다고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오는 대견한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나의 소중한 시간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또 여유룰 찾아보려 한다. 미더워도 부족해도 그저 내버려 두자.
우리에겐 완성이 없다. 인생은 늘 미완성이지 완성이 어디 있겠나. 그저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새롭게 적응하며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또 무작정 달려보고 아니면 돌아서고 이런 삶도 나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