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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왜 호주인가?

골드코스트 3주 초3 딸과 아빠의 고군분투!

by 아름드리

아내와 나는 연애시절 버거운 청춘에 힘겨워했다. 매일매일의 출근과 나아질 것 같지 않던 불안한 미래를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 터였다. 어쩌다 호주라는 이름이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나의 꿈을 찾아보겠단 마음으로 책이며 여러 가지 정보들을 찾아 나섰다.

아이들의 셔틀버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튀어나왔는데 아내와 나의 온도차가 되어버린 나이 그리고 결혼이었다. 갑자기 생각하지 않았던 결혼식이라는 큰 짐 앞에 당시 여자친구인 아내에게 내가 뭐라 딱히 해줄 말이 없었던 것 같았다.

호주 그리고 아이 캠프

본 격적으로 연애를 하면서 늘 고민하던 결혼이라는 문제가 눈앞에 닥치자 정말 현실적인 문제들이 튀어나왔고 우리는 그토록 원했던 워킹 홀리데이를 호주로 떠나는 낭만적인 상상은 가슴속에 간직하기로 되어버렸다.

공원 넘 조아~^^
유유 자적의 느으낌!

그렇게 어느덧 2007년의 여름에서 2024년이 되었다. 딸아이는 매일 영어학원 숙제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주일에 월, 화, 수 학원 가기 전에 테스트준비를 해야 함에 엄청난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막중한 책임감으로 이왕 가는 거 할 때만 하자고 설득을 하곤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동기부여는 없었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고 엄마와 아빠도 지금까지 한이 되는 그런 설명들을 필요 없었다. 보다 그럴듯한 영어 수업이 3학년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이제 겨우 학교에서는 ABCD를 가르치고 있는 수준이었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습 위주의 수업들에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피드백만 있었을 뿐이다. 선행 학습의 절정인 영어학원과 그 수많은 숙제들 덕분에 아이는 점점 더 영어를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자연과 가까운 나

나는 IT엔지니어로서 수없이 영어를 마주하고 또 요즘 고도의 지능화된 번역기인 최첨단의 알고리즘을 공부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소통하는 데에는 영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던 참이다.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통번역을 해주는 기기까지 간단하게 귀에 착용만 하면 되는 세상이지만 그보다는 서툰 영어라도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인간미를 기대하는 것일까?

횡단 보도는 특이해

사실 나도 아내도 잘 모르지만 일단은 뭔가 넓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아마 주변 친구들의 영향이 컸으리라.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 그리고 주변 엄마들과 소통하며 지내야 한다는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아내가 그나마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고 준비하고 노력해 준 덕분에 우리 딸은 내 생각에 그 누구보다 잘해주고 있다.

아이들 영어 캠프
아이슈타인! 알쥐!

평소 영어에 대해 뭔가 실질적인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도 한몫할 테지만 가끔 출장으로나 일로서나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경우에 매우 많은 답답함을 느끼기에 아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무엇보다 피할 수 없는 세상과 맞서야 할 딸아이에게 조금은 세계 공용어가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이고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좋을 것들을 어떻게든 알아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주변에 지인 중에 베트남에서 학원을 하는 분도 계시고 해서 위치며 환경이며 이런저런 부분을 알고 확인해 두었고 최근에 딸아이 친구가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중이어서 친구 엄마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머시쪄

그렇게 말레이시아에 어학캠프를 부모와 동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다짐은 섰는데 2주를 갈지 3주를 갈지가 고민이었다. 여하튼 어학을 가르치는 부분이 아니라 나의 목적은 세계에서 영어를 통한 소통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자 지금 초등학교 3학년 시점에서 필요한 가장 큰 의미의 수확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시점이었다. 나날이 숙제의 난이도도 어려워지는 터 겨울 방학이나 4학년까지 기다리기엔 점점 더 조급함이 앞서왔다. 막상 다짐은 했기에 어디든 괜찮다고 아내에게 이야기는 했는데 사정을 조금씩 들어보니 한국인을 위한 캠프들이었고 지금 다니는 학원보다 퀄리티가 좋을지도 의문인 캠프들 뿐이었다. 그렇다고 어린 딸아이를 혼자 보내는 것도 무리수였기에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아졌다.

첫 오리엔테이션

아내가 거의 포기 상태가 되어 갈 즈음 호주 골드코스트에 이매진 캠프가 있음이 눈에 들어왔고 우리는 추억을 되뇌어 "그래 가보자"로 바로 결정하게 되었다. 호주는 친한 지인네 부부가 미리 워킹 홀리데이로 다녀온 터라 우리도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마침 휴양지이고 여름 방학에 온도도 대한민국 초가을 날씨의 겨울이라 나는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아내의 경우는 이왕 우리도 휴가를 내야 하고 계절이 계절인지라 바다에 가서 수영을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아이가 외국 친구들을 사귀는데 최적의 환경임에 한치 의심도 없었다.

차분히 기다리는 아이들

다행히 캠프 구성원의 비율도 한국, 일본이 약 35% 정도이고 나머지 반반이 대만과 태국 아이들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보내기로 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아이가 최대한 캠프를 즐기고 외국 친구들도 사귈 수 있기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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