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 골드코스트 첫날 적응기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3주 살기 첫날

by 아름드리

본격적으로 골드코스트 적응을 위한 날, 정신없이 흘러간 도착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말 그대로 살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뿐..

골코

한국과 시차는 1시간으로 호주가 더 빠른데 중간에 경유했던 중국 상하이가 1시간 늦은 것과 상반되는 시간이다. 너무 일찍 곯아떨어진 탓인지.. 전날 거의 7시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깨어 새벽 2시부터 뭔가 동틀 때까지의 시간이 지나고 슬슬 일요일 하루 잠깐의 휴식이 다가왔다.


평일에는 딸아이 교육프로그램이 오전 8시 30분경에 셔틀을 보내서 오후 4시경에 집에 돌아온다는 일정이 있기에 뭔가 주말에 몰아서 액티비티나 여행을 해야 하나 고민을 잠시 했지만,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본래 그동안의 삶에서 여유 없이 일 회사 그리고 육아에 전념했던 만큼 나만의 시간 나만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나름의 여유와 여행 그리고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조바심이라 할까 나는 늘 주말이면 간절히 아무것도 하기 싫었으니까..


그렇게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만큼 이번 3주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아내와 여행 스케줄을 고민할 때에도 계속 나의 머릿속에는 그저 서퍼스 파라다이스인 만큼 그냥 서핑 정도만 즐기면 될 뿐, 나머지 요구사항은 딸아이를 잘 케어하는 것뿐..


그렇게 다가온 일요일의 짧은 휴식.. 가능한 아이는 피곤했을 테니 늦잠을 자게 내버려 두었고 나는 나의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 글쓰기에 집중하는 평화로운 나만의 시간이었다. 새벽녘이 지나고 딸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깨어날 즈음 우리는 맛난 조식으로 소시지 빵과 소시지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보다 소시지가 잘 익지 않으면 배탈이 날 수 있었기에 여의치 않은 프라이팬을 가지고 우여곡절 끝에 소시지 빵에 양상추를 섞어 소시지 빵을 만들었다. 아무리 호주라고 하지만 나는 느끼한 빵과 기름진 소시지보다는 한식파이기 때문에 전날 사놓은 익은 배추김치도 잘라서 내왔다. 다행히 입맛에 맞아서 양상추에 쌈장과 곁들이니 썩 맛있는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골드코스트의 해변이 너무 예쁘게 보이는 숙소라 수영장을 가고 싶어 하는 딸아이를 달래어 먼저 모래 해변에 가보자고 했다. 숙소 앞에서 약 200미터도 안 되는 거리기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다로 나섰다. 바다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엄청나게 고운 모래와 산책하는 사람들 평화로운 분위기.. 서핑하는 일부 사람들과 그저 웃통을 벗고 수영복 하나로 찬물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겨울인가 싶기도 한 골드코스트의 해변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해운대 어디쯤으로 보였지만 실제 바다 색깔이며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딸아이도 막상 바다 나올 때는 사진만 찍고 수영장에 가자고 했는데 와서 발을 담그니 그저 좋았나 보다 모래 놀이도 하고 물장구도 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햇살이 따갑긴 했지만 오전이라 그런지 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예쁜 조개들과 돌멩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또 몇 개 주워와 숙소에 물에 담가두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모래사장을 돌아 새로운 길로 숙소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로 트램역이고 트램역 앞에 숙소 들어오는 문이 있어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트램역을 보니 GO카드 만드는 것을 공항에서 못했다는 부분이 생각이 났다. 픽업 가이드 분이 집 앞에도 있다고 하셔서 그냥 숙소로 바로 왔는데 생각보다 카드 구매하는 곳이 멀기도 하고 막상 가보니 문이 닫혀 있기도 해서 이왕이면 공항에서 바로 구매하는 것이 좋았을 뻔했다.


집에서 샌드위치와 과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드디어 딸아이가 가고 싶어 하던 숙소 내 수영장을 갔다. 다행히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4학년 남자아이가 있어 같이 수영할 수 있었다. 딸아이는 수영장을 다닌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물 자체를 워낙 무서워해서 튜브에 바람을 넣어 주고 어르고 달래어 조금씩 물에서 적응하게 해 주는 게 나의 업무였다. 남자 오빠는 워낙 활달하고 수영도 잘하는 것 같았다. 동생이라고 하니 수영도 가르쳐주려고 하고 다행히 아이 아빠와도 인사를 하며 동탄 주민인 것도 알게 되었다.


수영을 마음껏 즐기고 사람들이 알려준 근처 GO 카드 구매 장소에 800미터쯤 걸어갔다. 막상 가보니 그 근처가 조금 더 숙소보다 번화가여서 음식점도 있고 쇼핑센터도 있고 뭔가 사람들도 생기가 더 있어 보였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카드 구매 장소는 문이 닫혀있었지만 바로 옆에 큰 마트가 있어서 온 김에 장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장을 두 번이나 엄청나게 봤지만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보는 게 처음이라 그동안의 산 물건들 제외하고 나머지 필요한 부분, 특히 딸아이 내일 도시락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고민하며 소스며 과일이며 주스까지 잔뜩 사서 가방에 넣으니 어깨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나마 돌아오는 길을 별 탈 없이 딸아이가 견뎌내 주어서 야간의 골코의 느낌을 맛보며 걸었다.


집에서 최대한 빠르게 사두었던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비주얼이며 맛이며 너무 혼자 알기 아까워 사람들이 있는 채널에도 공유하고 갑자기 요리하는 아빠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고기는 너무너무 연하고 맛있었다. 간단히 소금 후추와 양파만 더하고 스테이크 소스를 조금 곁들여 먹었는데, 무엇보다 딸아이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자주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주 자체가 고기가 워낙 저렴하다는 이야길 많이 들어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마음껏 먹여야지 하는 목표(?) 같은 게 생겼다.


여전히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겨울이라 그런지 호주의 해는 생각보다 일찍 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저녁을 먹느라 그랬는지 해지는 것도 못 보고 온종일 돌아다닌 탓인지 몸은 천근만근이어서 아이와 간단한 일지 정도만 쓰고 자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캠프 시작이라 이른 아침 알람을 맞추기로 하고 아이를 달래어 잘 준비를 했다. 잠이 안 온다고 했지만 막상 불을 켜면 암막커튼의 효과인지 불빛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깜깜한 탓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렇게 온전히 골코에서의 밤도 뉘엿뉘엿 흘러갔다. 밤에 바다의 불빛이 희미할 뿐 대부분 5시면 모든 일상이 멈추는 듯한 겨울의 골드코스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행] 초3 딸과 아빠 단둘이 호주 골드코스트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