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임박!

비루코 18화

by 비루코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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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되도록 비쥬에게 아무 소식이 없었다.

'오늘은 꼭? 혹시 내일은? 어쩌면 모레일지도...'

하루종일 맘졸이다 다음날이 되면 허탕치는 그런 날들이

게속 되던 그 어느날.


2020년 9월 27일 하루종일 비쥬가 이상했다.

유난히 내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엉덩이 한쪽이든, 팔 한 쪽이든 나한테 딱 붙여놓고

하루종일 그루밍을 했다. 특히 엉덩이 쪽을.

그루밍을 하지 않으면 여기저기를 순찰나가듯 살피고 돌아다녔다.

특히 산실이라고 만들어 둔 곳에 들어가서는

꼼꼼히 살펴보는 듯한 행동을 했다.

모래질도 하고, 산실 안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다.

그러다 한참을 식빵자세를 하고 앉아 있다 나오곤 했다.


직감적으로 '오늘이겠구나!'생각했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물품들을 다시 점검해보고

밤을 샐 각오로 이번에는 내가 비쥬 옆에 딱 붙어있었다.

그리고 팔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비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산실이 있는 곳은 조명을 두지 않아 처음에는 잘 몰랐다.

어둠속에서 간간히 모래질 소리, 그루밍하는 소리 등이 들렸다.

살짝 불을 켜고 살펴보니 깔아둔 패드에 희미한 핏자국들이 떨어져 있었다.

덩달아 긴장이 되었다.

진짜 출산이 임박했다!

행여나 뭐 하나 놓칠새라 신경이 온통 산실쪽으로 향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지루하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계속 긴장된 상태로 모든 오감을 동원해서인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달라진 비쥬의 숨소리, 공기의 변화된 무게감 등이 느껴지는 듯 했다.

어느새 날짜는 9월 28일로 바뀌어 있었다.

새벽 1시 30분경 비쥬의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시 20분경 첫 아깽이를 출산했다.

불을 킬수도 없어서 그저 소리로만 짐작 했다. 방 안에는 정신없이

아깽이를 햝는 비쥬의 혓바닥 소리만 가득했다.


그런데 소리나는 곳이 이상해서 불을 조금 밝히고 살펴보았더니

산실이 아닌 침대 밑 공간에 들어가 새끼를 낳았다.

9월이라고 하더라도 방바닥은 찬기운이 돌기에

함부로 손대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실리콘장갑을 끼고 비쥬와 아깽이를 산실로 옮겼다.

나에게도 어디서 그런 결단력과 신속력이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비쥬는 그렇게 혼자서 새끼를 낳고

탯줄을 자르고 새끼를 혓바닥으로 꼼꼼히 씻기고

뒤늦게 나온 태반으로 기력도 보충했다.

저 조그만한 고양이가 두 아이를 낳은 나보다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 그리고 인간에 비해

태어나면서부터 어떻게든 살아갈 능력을 온 몸으로 터득하는 동물들.

그럼에도 조그만한 도움이라도 되고싶어

혹시 사이 사이 체력이 떨어질까봐 비쥬 근처에 회복식 캔이 든 그릇과

물그릇을 두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서 3시 8분경에 두번째 새끼가 나왔다.


생긴것처럼 야무지게 출산도 잘하고 뒷처리도 잘하는

비쥬를 믿어서일까, 믿고 싶어서일까.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눈만 감고 있자 생각하고 침대 구석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깜빡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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