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코 21화
비쥬는 출산을 한 뒤 쉴틈이 없었다.
잘때든, 밥을 먹을때든 아기냥들이 밥달라고 품 속으로 파고들면
늘 품을 내주어야 했다.
젖을 먹일때도 쉬지도 못하고
고슴도치처럼 뻗은 여린 털들을 그루밍해주거나
배변활동을 아직 조절 못하는 아기냥들의 똥꼬를 일일이 핥아주었다.
잘 때도 아기냥들을 챙기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특히 아기냥들은 같은 젖꼭지만 물었다.
꼭 자기만의 전용 젖꼭지가 있는듯
먹던 젖꼭지만 찾았다.
신기한 것은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아기냥들이
냄새만으로 항상 같은 젖꼭지를 찾는것이다.
그러다보니 항상 젖꼭지는 빨갛게 부어있고
젖꼭지 주변으로는 동그랗게 털이 빠진채
자라지를 못했다.
행여나 처음 출산때처럼 개구호흡을 할까봐
걱정이 되어 늘 먹는것이 비쥬 주위에 잘 보이게 했다.
솔직히 내가 비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먹는걸 신경써주는 것 밖에
해줄게 없었다.
가끔 아기냥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산실을 나가려고 할 때가 있었다.
그때 팔을 뻗으면 버둥거리며 팔에 매달릴때가 있다.
작은 종이 가시 같은 손톱들이 피부에 까끌거리는 느낌이
좋아 팔을 계속 뻗고 있었다.
그때 비쥬는 아무리 집사라도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발을 뻗어 더이상의 접근을 막는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비쥬는 엄마가 스스로 되어가는 것 같았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엄마가 해야할 일들을 잘했다.
신기했다. 어떠한 생각도, 감정도 없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
대단했다.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내가 엄마가 될때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눈앞에 닥친 일들보다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에 빠진 나를 돌보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았다.
지금의 내 감정, 내 몸이 더 중요했었다.
아이를 낳고 이때까지 힘든것은 다 끝나고, 힘든것에 대한 보상은 다 받을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자마자 쉴틈없이 아이를 돌보고 여러가지 일들을 해야해서
나는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기쁨보다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