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책
지금 나이 30~40대가 어렸을 적 많이 이용했던 SNS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들어오기 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도 없던 시절에 싸이월드(cyworld)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전설같은 이야기이죠. 그 전에는 당연히 하이텔, 나우누리도 있었고, 아이러브스쿨도 있었지만요.
싸이월드가 한동안의 잠행(?)을 깨고 다시 사진을 복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바로 계정을 찾아 과거를 찾아봤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잠시 멈추었습니다. 2008년 5월 28일 서울 상암 CGV에서 열린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만난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찍은 사진입니다. 그녀의 책 <오래된 미래> 정독하고, 라다크인들의 삶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던 저는 그녀가 찍은 다큐 상영시에 그녀가 직접 온다고 해서 찾아갔던 기억이 남니다.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고, 없어졌던 사진을 다시 찾아볼 수 있게 한 싸이월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1996년에 발간된 <오래된 미래>를 10년이 지난 2007년 10월 13일에 읽은 25살의 저는 책 안쪽에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지구 환경에 덜 해로운 삶을 살면서도 행복해하는 라다크 사람들의 웃음을 보고 많은 고민을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5살 청춘의 제가 <오래된 미래>를 줄치면서 읽었던 부분에 대해 기록을 남깁니다.
23p
대부분의 서구인들은 무지와 질병과 끊임없는 노역이 산업화 이전 사회의 운명이었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에서 우리가 보는 빈곤과 질병과 굶주림은 얼은 보아 그러한 가정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오늘날 제3세계의 문제들은 그 대부분은 아닐지 몰라도 많은 경우에 식민주의와 오도된 개발의 결과이다.
92p
늙은 사람은 생활의 모든 분야에 참여한다. 라다크의 늙은 사람들에게는 쓸모없이 혼자서 허공을 바라보며 지내는 세월이 없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조부모들은 기운이 세지는 않지만 다른 자질로 기여할 수 있다. 인생에는 서두를 필요가 없고 그래서 그들이 더 느리게 일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들은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남아있으면서 아주 활동적이어서 80대에도 보통 건강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180~181p
개발은 흔히 착취, 즉 새로운 식민주의의 그럴듯한 이름일 뿐이다.
185p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도 거의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그 둘은 모두 인간을 다른 생물들과 분리하고 그들 자연자원을 무한정 잡아늘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의미있는 차이점은 그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하는 것 뿐이다.
212p
나에게는 오늘날 서구사회가 뚜렷이 상반되는 두개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정부와 산업체들이 주도하는 주류문화는 자연을 한계에 이르기까지 압박하고 근본적인 인간욕구를 무시하면서 계속하여 경제성장과 기술개발을 향하여 무자비하게 나아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광범위한 집단과 생각들로 이루어진 반주류의 흐름이 모든 생명은 뗄 수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지혜를 되살려왔다. 현재로서는 이것은 오직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점점더 많은 사람들이 진보의 개념 전체에 대하여 의문을 갖기 시작함에 따라 그 목소리는 힘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