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는 아이들과 계곡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주말에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2년 반 동안 피하고 피했던 코로나19에 걸리고 난 후 주제를 바꾸었습니다.
7/7일 목요일 저녁부터 목이 따끔했고, 몸살 기운이 있었습니다. 밤 사이 열은 최고 39.5℃까지 올랐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은 재택근무를 하여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지도 않아 ‘설마 코로나19겠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금요일은 휴가라 아이들을 챙겨서 초등학교에,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로 동네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니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19 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이번에 나온 결과는 ‘양성’이었습니다. 코로나19 6차 대유행은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최근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님께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현하셔서 코로나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말씀하셨습니다.
전 세계에 박쥐가 약 1,400여 종 정도 발견되는데, 대부분 열대지역에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온대지역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박쥐가 서식 가능한 지역도 점차 북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이제 열대지역의 박쥐가 새롭게 서식이 가능해진 대표적인 지역이 중국 남부라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40종 이상의 박쥐가 중국으로 서식지를 이동했다고 합니다.
지난 100년 동안 중국 남부 지역으로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됐다. 그중에 한 놈이 이번에 우리랑 나쁜 의미에서 궁합이 잘 맞은 것이다 (최재천, 2022)
최재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논문은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의 “Shifts in global bat diversity suggest a possible role of climate change in the emergence of SARS-CoV-1 and SARS-CoV-2”라는 논문으로 원문과 관련 기사는 아래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류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질병으로 불립니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은 1346~3253년 유럽 서부 일대를 휩쓸면서 7,500만 ~ 2억 명이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흑사병의 기원에 대해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흑사병은 유럽 유행 8년 전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북구 산악지대에서 발원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럽으로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쟁이 있으나, 실크로드와 몽골 제국을 통해 유럽 서쪽 관문부터 점차 동쪽으로 전파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4세기 유럽 흑사병의 전개 과정 (자료 : 가디언 재인용)
이 당시 유럽의 기후는 중세온난기가 끝나고 연평균 기온이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때 연평균 기온은 0.5도에서 최대 1도 정도 하강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강우가 많아졌으며, 극단적인 기상이변도 빈번해졌다고 합니다(박홍식, 2021). 그 결과 곡물 농사는 제대로 되지 않아 식량난이 발생하였으며, 유럽 전역 대기근이 시작되었습니다.
14세기 유럽 전역에 미친 기후변화와 습도의 상승은 흑사병의 병원균인 페스트균이 더욱 쉽게 퍼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더욱 극단적인 기상이변으로 인해 식량난이 발생해서 사람들의 영양 및 면역 상태는 최악인 조건에서 페스트균은 사람들에게 쉽게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와 질병 2 : 발진티푸스
발진티푸스(typhus fever)는 한랭한 지역에서 비위생적인 환경에 사는 사람이 많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특히나 전쟁 상황과 같은 열악한 조건에서는 발진티푸스가 더욱 쉽게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1815년 인도네시아 숨바와(Sumbawa) 섬의 탐보라(Tambora)이 폭발했습니다. 이 폭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 중 하나이며, 화산재가 지구 대기를 뒤덮여 연평균 기온이 1도 이상 하락하였습니다. 이는 대기 중 화산재가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바로 반사시켜 우주에 내보냄으로써 지구에서 방출하는 에너지가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때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아일랜드 대기근 시기랑 겹칩니다. 아일랜드에서는 1816년 여름의 153일 중 142일 동안 차가운 비가 쏟아졌습니다. 한랭한 기온과 기상이변으로 인해 식량난이 겹쳐 발진티푸스로 1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사망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질병 3: 콜레라
콜레라(Cholera)는 콜레라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병입니다. 콜레라균은 기온이 높고 해수면 상승이 발생했을 때 쉽게 퍼진다고 합니다. 이는 콜레라균이 요각류라는 바다에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붙어살기 때문입니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 역시 덩달아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수면 상승이 발생할 경우 그만큼 해수와 인간이 콜레라균과 접촉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어 콜레라균은 더욱 번성하게 됩니다.
콜레라 (자료 : 아산병원)
이 외에도 독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크림전쟁 독감, 스페인 독감, 아시아 독감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지구온난화의 효과보다는 기상이변과 기후변동과 같은 기후변화가 심했을 때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질병을 더욱 많은 지역에 확산시킬 수 있으며, 그 빈도와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특히나 러시아와 알래스카에 존재하는 영구동토층(permafrost) 밑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수 만년 전의 정체모를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존재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서서히 녹으면서 수 만년 동안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다시 날 것입니다. 이들은 기존에 우리가 경험한 흑사병, 콜레라, 독감과는 아예 다른 세계의 질병일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모든 인류가 처음으로 겪은 새로운 질병입니다. 흑사병과 콜레라가 그랬듯이 코로나19도 미래에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미래세대는 기후변화로 인해 아예 새로운 질병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의 마지막을 tVN 유퀴즈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하신 말씀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확률적으로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재수 없으면) 몇 년에 한 번꼴로 마스크를 쓰고 이 짓을 하면서 생을 마감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최재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