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생활
지난 6월 말부터 장마로 인해 수도권에 물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된 장마에 따라 서울, 수도권에는 호우 특보가 발효되고, 이에 팔당댐을 방류하여 댐 수위를 지속적으로 낮추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수도권에는 큰 인명 및 물적 피해는 없었습니다.
주중에 계속 내린 비는 주말에는 그쳤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햇살을 반기듯 동네 근처의 안양예술공원 계곡에 다녀왔습니다. 빨리 준비한다고 해서 10시경 도착했는데도 가장 위쪽은 주차할 자리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안양예술공원 입구 쪽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목 좋은 빈자리를 찾아 헤맸습니다. 이미 좋은 자리는 역시나 저희보다 부지런한 분들이 차지하고 계셨으며, 저희도 그나마 그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내린 비 덕분인지 계곡에는 물이 가득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다 보니.... 5시간 정도 놀다 온 것 같습니다. 점심은 근처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먹었는데, 역시나 물놀이 후에 먹는 컵라면은 환상의 맛이었습니다.
이번 6월의 집중호우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상청 날씨누리(https://www.weather.go.kr)에서는 기상관측소별 과거 관측자료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관측 데이터는 평균기온, 최저기온, 최고기온, 강수량, 신적설, 평균풍속, 상대습도, 일조시간과 같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안양에서 가까운 서울과 수원에 위치하고 있는 기상관측소의 최근 10년간 강수량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번 6월 집중호우가 최근 10년간의 강수 패턴에서 상당히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6월에 서울 기상관측소에서 관측된 월 누적 강수량은 393.8mm로 최근 10년 연평균 강수량(1,144.3mm)의 34%가 6월 한 달에 내린 것입니다. 또한, 수원 기상관측소의 월 누적 강수량은 472.1mm로 최근 10년 연평균 강수량(1,159.7mm)의 43%가 집중적으로 내렸습니다. 최근 10년의 패턴과 비교했을 경우, 집중강우가 나타나는 시기와 강도가 달라졌습니다.
장마는 우리나라 북쪽에 존재하는 차가운 오호츠크해 기단과 남쪽에 존재하는 따뜻한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 발생합니다. 일방적으로 두 기단 중 하나의 기단이 힘이 강하면 장마가 발생하지 않는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두 기단의 힘이 비슷하여 우리나라에서 두 기단이 부딪힙니다. 그러면 차가운 공기라 무거운 오호츠크해 기단은 따뜻한 공기라 가벼운 북태평양 기단 밑으로 파고들고, 두 힘이 팽팽하게 힘을 겨루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한반도에는 두 기단이 움직이지 않는 ‘정체전선’이 형성되는 데, 이 정체전선이 지속적으로 비를 뿌리는 ‘장마전선’입니다.
보통 장마는 6월 중순경부터 시작해 7월 중순까지 이어집니다. 장마 기간은 평균적으로 30~35일 정도이나,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은 15~20일 정도입니다. 장마철에서는 비가 자주 내리기는 하지만, 비가 온다고 무조건 장맛비라고 칭하지는 않습니다. “장마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장마 전선에 의해 임계치(3일 동안 5~6mm/일) 이상의 비가 처음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날을 장마의 시작(뉴제주일보)”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1년 10월 31일 영국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 일정에 맞추어 「2021년 기후 상태보고서(State of Climate in 2021)」를 발간하였습니다. 세계기상기구의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를 발견하면서 “극단적인 현상은 새로운 표준(Extreme events are the new norm)”이 됐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새로운 '기후 New Normal'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상기후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상(abnormal, 異常)의 의미를 살펴보면, 영어는 떨어져 있는, 벗어난 등을 의미하는 접두사 ab-와 보통(normal)을 나타내는 단어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마찬가지로 한자도 ‘다르다(異)’와 ‘항상(常)’이라는 단어가 합해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둘 다 일반적이면서 보통의 상황과 다른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상기후(abnormal climate)란 ‘기온, 강수량 등의 기후요소가 평년값(1981~2010년)에 비해 현저히 높거나 낮은 수치를 나타내는 극한현상(WMO)’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상기후에는 폭염, 한파, 폭설, 폭우와 같은 평년값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기후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서는 매년 『이상기후보고서』를 발간하는 데, <2021년 이상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전 세계에서는 폭염, 한파, 폭설, 폭우와 이상저온 및 이상고온과 같은 극한 이상기후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중국 허난성(河南省)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7월 20일 정저우 시의 1시간 강우량은 201.9mm(중국 국가 기록), 6시간 동안 382mm나 내렸습니다. 그리고 폭우가 그 칠 때까지 내린 비는 720mm로 연간 평균보다 많았습니다. 이에 따른 홍수로 302명 이상의 사망자와 약 21조 원(177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습니다.
서유럽은 7월 중순에 기록상 가장 심각한 홍수를 겪었습니다. 7월 14~15일 동안 독일 서부 및 벨기에 동부 넓은 지역에 걸쳐 100~150mm의 비가 내렸으며, 이에 따라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키고 2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이때 가장 높은 일일 강우량은 독일 비퍼퓌르트(Wipperfürth)에의 162.4mm이었습니다.
2021년 상반기에 평균 이상의 강우가 남아메리카 북부 일부 지역, 특히 아마존 북부 유역에 지속되면서 이 지역에 심각하고 오래 지속되는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브리질의 리오 네그로(Rio Negro)의 수위는 6월 20일 30.02m로 기록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광범위한 홍수는 브라질 북부, 가이아나(Guyana), 콜롬비아(Colombia) 및 베네수엘라(Venezuela)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홍수는 동아프리카 일부를 강타하여 많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반대로, 심각한 가뭄이 2년 연속으로 남아메리카의 아열대 지역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라질 남부,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북부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은 평년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가뭄은 농업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으며, 낮은 강 수위는 수력 발전 생산을 감소시키고 하천 수송을 방해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의 20개월 동안 미국 남서부 지역은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오로빌(Oroville) 호수의 수위가 역대 최저 수위인 24%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미국에 존재하는 대형 수력 발전소 가운데 하나인 에드워드 하이엇 수력발전소가 1967년 완공 이후 처음으로 문을 닫기까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