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제각기 얼음을 부시고, 재료도 넣어 꾸미고 하니 아이들도 즐거워했습니다. 팥, 연유, 과일 그리고 아이스크림까지 넣었더니 당연히 당연히 맛이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미래세대는 팥빙수에 사과와 복숭아를 넣어 먹지 못하고, 망고나 파파야를 넣어 먹어야 합니다.
첫째가 만든 우유 팥빙수 (좌)와 둘째가 만든 우유 팥빙수 (우)
지구온난화에 따라 북상하는 제철과일
지구온난화는 지속 심화되고 있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4차 보고서에 따르는 지난 100년간 전 세계의 평균기온이 0.74℃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5℃ 정도 상승했습니다.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폭 보다도 2배 이상 높게 상승한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의 변화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사과하면 대구가 유명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제가 아저씨이니깐요. 그런데 통계청의 1970~2015년 농립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 대구, 경북 영천이 주산지였던 사과가 강원도 정선/영월 심지어 강원도 양구에서 까지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복숭아는 과거 경남 청도가 주산지였는데, 지금은 충북 음성/충주, 강원도 원주/춘천까지 주산지가 북상하였습니다. 포도는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영동을 거쳐 이제는 강원도 원주까지 주산지가 북상하였습니다. 40년 사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농작물의 주산지 지표가 바뀐 것입니다.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제주도에 놀러 가서 한 번쯤 감귤 따기 체험이나, 한라봉 따기 체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감귤은 현재 주산지는 제주도 연안지역에서 농장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2060년에는 감귤이 전남 및 경남 지역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한라산 중턱까지 재배지가 확대됩니다. 지난번 이야기한 제주도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사라진 자리에 감귤밭이 대체할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과는 2060년 이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고, 2100년경에는 국내에서 사과는 더 이상 재배가 불가능합니다. 포도는 현재 경기, 충청, 전북, 경북지역에서 두루 잘 자라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원도 지역도 따뜻해짐에 따라 강원도까지 재배지역이 확대됩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열대과일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국에는 많은 열대과일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파파야는 충남, 전남에 걸쳐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패션프루트는 충북, 경북, 경남, 전남에 걸쳐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망고를 비롯하여, 구아바, 파인애플, 아보카도, 심지어 용과까지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재배가 시작됐습니다. 그만큼 남부지방이 따뜻해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열대과일이 자랄 수 있는 생육환경이 변한 것도 있으나,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열대과일이 재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망고는 159개 농가에서 62ha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바나나도 61개 농가에서 29.3ha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파야와 구아바의 재배면적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열대과일 재배 현황 (자료 : (좌)조선일보, (우)헤럴드경제)
지구온난화가 사과 농가와 복숭아 농가에는 피해를 줄 것입니다. 반면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위험이 되면서도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이제 현실입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기후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adaptation)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농가에서 새로운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의 하나의 예시입니다.
미래세대는 현재세대에게는 익숙한 것과 이젠 결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 중 하나가 사과와 복숭아와 같은 과일입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현실이기에 우리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도 당연히 해야하나,
기후변화 속에서 미래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법도 알려주는 것도 이젠 중요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