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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0. 2024

8.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이야기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양질의 교육”
- 투발루 교육부 미션 -


아침이면 동네가 분주해진다. 오토바이 굉음을 내고 출근하는 사람들, 뭐가 좋은지 시끄럽게 떠들며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뒤엉켜 있는 어느 시골의 모습이다. 그리고 아이들 등교 시간 이후에 나는 본격적으로 동네 산책을 시작한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성 1명은 평생 낳는 아이의 수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라고 한다. 투발루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2.81명(2023년)이고,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0.72명(2023년)이다. 투발루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는 우리나라보다 4배나 많다. 출산율이 높지만, 유아사망률도 높다. 인구 1,000명당 유아사망률이 투발루는 28.3명이고, 우리나라는 2.8명이다. 높은 유아사망률은 의료조건이 우리나라보다 좋지 않다는 증거 중 하나다(출처 : CIA)


https://www.cia.gov/the-world-factbook/countries/tuvalu/#introduction


투발루의 교육은 무상교육이고 의무교육이다. 투발루는 초등학교(Primary School) 8년, 중고등학교(Secondary School) 5년의 교육과정을 거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치원(Pre School)에 다닌다. 학교에 다니는 나이는 우리와 다르다. 투발루는 외국 나이로 6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해 13살에 졸업하고, 14살부터 18살까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체계이다. 유치원은 3살부터 5살까지 다닌다.


투발루 푸나푸티 환초에는 초등학교가 2개가 있다. 가장 큰 학교는 나우티 초등학교(Nauti Primary School)로 학생 수가 900명, 선생님이 40명 정도 있는 꽤 큰 학교이다. 그리고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초등학교(Seventh Day Adventist Primary School)는 117명 정도가 다닌다고 한다. 푸나푸티 환초 이외의 다른 섬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10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다만 중고등학교는 두 개밖에 없다. 푸나푸티 환초에 학생 180명 정도가 다니는 페츄발루 고등학교(Fetuvalu Secondary School)이 있고, 바이투푸 섬에는 학생 320명 정도가 다니는 모투포우아 고등학교(Motufoua Secondary School)있다.


투발루의 아이들은 12년간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영어, 수학, 화학, 물리, 생물, 농업과학, 역사, 지리, 회계, 경제, 목공, 가정, 컴퓨터 과학과 같은 과목을 배운다. 우리처럼 학원이 없기에 아이들은 정규 교육과정이 공부의 전부이기에 이론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을 모두 가르치는 것이 신기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교련과 실과(기술, 가정)를 배우기는 했다. 특히나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위기 대응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투발루의 학생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학교별로 다른 교복을 입고 다닌다. 나우티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는 하얀색 남방 위에 하늘색 조끼를 걸치고, 하늘색 치마를 입는다. 남자아이는 하얀색 남방에 하늘색 바지를 입는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남자아이는 하얀색 남방에 회색 바지를 입는다.



나우티 초등학교 학생(왼쪽) 및 페츄발루 고등학교 학생(오른쪽) 및  (출처 : Tuvalu TV)


나우티 초등학교 맞은 편에는 투발루에서 유일한 사우스 퍼시픽 대학(USP, University of South Pacific) 투발루 캠퍼스가 있다. USP는 태평양 12개 섬나라 정부들이 힘을 모아 1968년에 설립한 대학이다. USP는 피지 수바에 메인 캠퍼스가 있고, 남태평양 12국가(피지, 통가, 사모아, 키리바시, 투발루, 솔로몬군도, 마셜 군도, 바누아투, 나우루, 니우에, 토켈라우, 쿡제도 등)에 캠퍼스가 흩어져 있다.


USP 투발루 캠퍼스는 투발루의 유일한 대학이다. 대학이라고 하지만 단층짜리의 조촐한 건물로 학생 50명에 강사 2명이 구성원의 전부다. 굳이 따지면 어느 산골이나 외딴섬에 있는 분교의 성격이다. USP에 1년 동안 다닌 뒤 테스트를 통과하면 피지나 다른 나라의 정규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사우스 퍼시픽 대학 졸업식 (출처 : Tuvalu TV)


돈을 버는 이야기

투발루는 유엔이 지정한 최빈국(LDCs) 중의 하나다. 1인당 GDP가 전 세계 195개 국가 중에서 104위다. 그리고 산업 기반이 미비하여 푸나푸티 환초를 제외한 지역은 어업을 기반으로 열대우림에서도 잘 자라는 습지 토란(giant swamp taro)을 재배하여 생계를 꾸려가는 전통적인 자급자족 사회다. 또한, 석회질의 토양, 자주 내리는 비, 뜨거운 적도의 태양, 범람하는 바닷물은 다른 농산물의 재배를 어렵게 한다.


투발루의 수출 품목은 거의 없는 반면,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 물품은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채소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뿐 아니라, 공산품, 심지어 건축자재도 모두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그리고 식품은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상하지 않아야 하기에 많은 수가 통조림 형태로 유통된다. 결과적으로 투발루의 무역수지는 항상 적자에 시달린다.


투발루는 재정을 어떻게 충당해서 국가 살림을 이끌고 가는가? 그리고 주민들은 어떤 돈으로 동네 마트나 잡화점에서 물건을 사는지가 궁금했다.


투발루 정부는 근로소득세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첫째, 투발루는 외국 선박의 입어료로 국가 예산을 충당한다. 투발루는 2010년대에 선박조업일수할당제(VDS)를 도입하였다. 이는 투발루 영해에 입어하는 선박은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하루 조업 허가 가격(일일가격)으로 입어권, 물고기를 잡을 권리를 사야 한다.


둘째, 인터넷 도메인을 팔아서 살고 있다. 투발루에 할당된 최상위 도메인은 ‘.tv’이다. 최상위 도메인 tv가 텔레비전을 의미하는 TV와 같기에 방송 관련 기업들에는 tv는 유용한 도메인이다. 투발루는 2002년 최상위 도메인 사용 권리를 5천만 달러를 받고 미국 기업에 팔았다. 미국 아마존닷컴 산하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도 투발루의 최상위 도메인 ‘.tv’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많은 부분을 국제 원조를 통해 지원받는다. 대표적인 건물이 정부 청사이다. 정부 청사는 푸나푸티 국제공항 맞은편에 있는 하얀색 3층 건물인데, 투발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대만 정부는 투발루와 수교를 맺은 기념으로 800만 달러를 들여 정부 청사를 지어줬다. 그리고 투발루 유일의 종합병원인 프린세스 마가렛 병원(Princess Margaret Hospital)도 2003년에 일본 정부에서 새롭게 건물을 지어 기증한 것이다. 그리고 집집마다 빗물을 모아둘 수 있는 물탱크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투발루 정부 청사
프린세스 마가렛 병원


정부는 이렇게 재정을 충당하는데 과연 주민들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제조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첫째, 어업이 주요한 수입원이다. 배가 많지는 않지만 우리네 어촌처럼 투발루에도 어선이 있다. 어부들은 환초 안쪽의 석호나 환초 바깥쪽의 대양에서 어업 활동을 한다. 이들은 잡은 물고기를 팔아서 수입을 마련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원양어선이 어업권을 사서 투발루 해역에서 참치를 잡는데, 이때 투발루 주민들도 감시자(observer)로 같이 승선한다. 이들의 역할은 외국의 어선이 투발루 법을 잘 지키면서 참치를 잡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둘째, 관광도 주요한 수입원이다. 푸나푸티 환초의 서쪽에는 많은 종의 산호초와 물고기가 살고 있는 33km2 크기의 ‘푸나푸티 보전 지역(Funafuti Conservation Area)’이 있다. 배를 가진 선장들은 투발루 여행객을 대상으로 푸나푸티 보전 지역 투어를 통해 수입을 창출한다.


셋째, 선원의 급여가 주요한 수입원이다. 500명 정도의 투발루 남성이 외국 소유의 원양어선에 승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원양어선 선원으로 있는 동안 번 돈으로 선원의 가정은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넷째, 외국에 사는 가족의 지원이다. 대학교에 진행한 사람들은 졸업 후 해외에 취업하거나, 다시 투발루로 돌아와 정부 기관의 공무원으로 일한다. 해외에 취직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번 돈을 투발루로 보내고, 이들의 가정은 생계를 꾸려 나간다.


정부는 정부 나름의 방식으로, 개인은 개인 나름의 방식으로 재정과 수입을 확보하여 생계를 꾸려 나간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누군들 풍족하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이들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나 심리적으로는 부족을 느끼는 사람과,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으나 심리적으로 부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너 나은 삶은 아닐까?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하여


“좋은 곳으로 가셨는데, 왜 울어요?”
- 장례식장에서 투발루의 한 여인 -


투발루 주민들의 기대수명은 68.7세이다. 남자는 66.3세, 여자는 71.3세로 여자가 남자보다 5년 정도 더 오래 산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국민의 기대수명은 83.2세이고, 남자가 80.1세, 여자가 86.4세이다. 두 나라 모두 여자가 상대적으로 오래 산다. 두 나라의 기대수명이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이나 의료조건 등 여러 조건이 다르지만, 중요한 이유는 비만율에 있다고 본다.


투발루의 경우 성인 비만율이 51.6%이고, 우리나라는 4.7%이다. 격차가 상당함을 넘어 현격한 차이이다. 이건 투발루뿐 아니라 폴리네시아 지역에서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투발루 주변에 있는 나라들의 성인 비만율이 높다. 나우루 61%(전 세계 1위), 쿡제도(Cook Islands) 55.9%(2위), 팔라우(Palau) 55.3%(3위), 마셜제도 52.9%(4위), 투발루 51.6%(5위), 니우에 50%(6위), 통가 48.2%(7위), 사모아 47.3%(8위), 키리바시 46%(9위), 미크로네시아 45.8%(10위)로 전 세계에서 성인 비만율이 높은 순서로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폴리네시아에 있는 국가다. 참고로 미국의 성인 비만율은 36.2% 정도(?)밖에 안된다.


투발루의 경우 토양의 염분, 토질 등의 이유로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식재료를 해외에서 수집해 온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상하지 않는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게 바로 가공한 ‘통조림’이다. 투발루에서 동네 마트나 잡화점에 가면 통조림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팸이나 참치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통조림을 볼 수 있다. 통조림 의존적인 식습관이 투발루를 포함하여 폴리네시아인들의 비만율을 높인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투발루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우리처럼 장례식을 지내고 저기 먼 다른 세상으로 친지의 영혼을 떠나보낸다. 장례식에는 손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돼지를 잡는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난 뒤 무덤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는다고 한다. 그것도 활짝 웃으면서 말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인이 좋은 곳으로 갔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투발루에는 조금 특이한 묘지 문화가 있다. 가족이 죽으면 바로 집 앞 마당에 망자를 매장한다. 묘지는 콘크리트로 네모반듯하고 봉하고, 무덤 주변에 타일을 붙인다. 그리고 지붕을 만들어 묘지가 비에 젖지 않게 한다. 간혹가다 묘지 주변을 철망이나, 나무 울타리로 둘러 사람이나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콘크리트로 묘지를 봉했다. 우리로서는 “조상의 무덤을 어떻게 콘크리트로 덮느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투발루 주민들의 선택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바닷물이 육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흙으로 된 봉분으로 묘지를 만들면 봉분이 바닷물에 깎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상의 묘지를 보호하자고 조상의 묘를 콘크리트로 덮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투발루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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