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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감 Sep 08. 2024

면접에 대한 고찰 (3)

균형의 수호자로 거듭나기





데이터 분석가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면접관으로 함께 참석한 동 분야 실무진은, 같이 일하기에 어떨 것 같냐는 나의 물음에 현업 실무진이 면접에서 판단해야 할 것은 오로지 데이터 추출 역량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인간적인 면모라든가 조직 적합성이라든가 자기 객관화 정도라든가 하는 업무 역량 외의 것은 HR 담당자인 내가 전담하는 게 맞지 않냐고 말했다. 비록 지금으로부터 수개월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날 그가 내게 건넨 말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다. 면접 자체만으로도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절차이니만큼 수많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 한 명의 HR 담당자는 면접이라는 시간에서 어떤 시사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걸까. 내 의견이 피력되어야 하는 순간은 언제고, 어느 강도로 이야기하며, 최종적인 의사결정에는 어떠한 방향으로 영향을 가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 물음에 대해 비로소 최근이 되어서야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사각지대 바로 보기


으레 면접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나는 무조건 합격' 또는 '나는 무조건 불합격'과 같이 한 개인이 갖추고 있는 모습을 다방면으로 고려하지 않고 직감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어렵사리 얻은 기회인지라 지원자가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거나 아쉬운 태도의 면접관이 양질의 질문을 건네지 못했거나 하는 식으로 좋은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됐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앞선 상황처럼 면접 방향이 흘러가게 되면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회사가 바라는 역량과 맞지 않아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개개인을 조금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그게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면접관들로 하여금 그걸 하게 되게끔 만들려면 무슨 장치가 필요할까?


작은 규모의 조직일수록 사람 한 명 한 명이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나는 위에서 언급한 경우처럼 면접 결과가 빠르게 정리되는 상황을 꽤 경계하게 되었다. 면접이 끝났을 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좋아!' 또는 '별로야!'를 외치는 모습에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식이었다. 정말 훌륭한 인재이거나 반대로 우리 회사의 상황과 조금도 맞지 않는 인재이기 때문에 의미 없는 기우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면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이런 순간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우리 이야기 좀 해 봅시다


면접에 함께 하는 HR 담당자의 역할은 이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만에 하나'에 시선을 두어 지원자를 한 명의 개인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또 단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이가 아니라 조직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인지로 강제로 끌어올려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그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총 세 명이라고 했을 때 둘이 무조건적인 합격을 주장하면 나머지 하나는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좋은 사람이니 좋다고 한 것일 텐데 무엇이 문제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이런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냐'라고 화두를 던져 지원자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인 것이지, 단순히 그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억지로 어깃장을 놓는 것이 아니다. 이로써 방금까지 직감으로만 판단했다면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스스로 근거를 쌓아가는 순간이 될 것이고, 우려할 법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혹시 모를 상황에서는 누가 어떻게 대응해 볼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보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만일 의사결정 직전 단계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1) 나쁘지 않으니 일단 뽑고 보자가 될 것이고 2) 우려할 법했던 상황이 발발했을 때 문제를 급하게 수습하느라 필요 이상의 자원을 소모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체로 함께 참석한 면접관들에게 '내 의견은 참고차 전달드리는 것이니 무조건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이쪽 문제도 고민해 보시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만약에 지원자가 합류하게 됐을 실제로 같이 일을 하게 사람들은 함께 참석한 면접관들이 것이었으므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조금 신중하게 다각도로 고민하게 만들어 보는 것. 그것이 면접참여하는 HR 담당자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어떠셨나요?


꽤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 혼자서 업무를 도맡아왔다던 지원자 A와의 면접이 있었다. 이것저것 다 해 봤으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우리 회사에 합류해서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자신감을 표하던 그였다. 나와 함께 참석한 두 명의 면접관은 두말할 필요 없이 합격이라는 의견이었다. 해내고자 하는 열의, 배우고자 하는 태도, 높은 수준의 목표 의식은 분명 훌륭했다. 내가 굳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이상 A는 무난하게 1차 면접을 통과할 것이 분명했다. 다만 두 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느껴지는 '분명함'을 조금 더 건드려 볼 필요는 있었다. "말씀하신 부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금 저희 조직에 역량적으로 도움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우려되는 지점은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경향을 봤을 때 본인의 단점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일은 책임감 있게 잘할 것 같은데, 답변한 내용으로 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에 조금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두 분도 충분히 느끼셨을 듯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 면접관은 금방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했다. 한 면접관은 그런 점이 있긴 했다며, 소통 능력이 아쉬운 부분은 자신이 잘 가르쳐서 다른 직원들과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만에 하나를 위해 수습 기간 동안 업무 역량을 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며 어떤 업무를 주면 잘 알아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 면접이 끝나고서 두 면접관에게 물었다. "제가 합격과 불합격을 떠나서 제가 말씀드린 의견과 관점이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셨나요? 두 분께서 크게 찬성해 주셔서 의도적으로 반대쪽 의견을 표해봤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자 그들이 말했다. "엄청 도움이 됐어요. 그전까지 좋은 점만 생각했는데 성향 측면에서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됐어요. 지원자 심리 상태, 행동이나 표정까지도 봐야 하는 줄은 몰랐어요. 우리가 못 보는 걸 보는구나 싶어서 신기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점을 공유해 주세요." 무조건 오케이만 하면,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나도 좋다고 하면 그 이면의 것을 고려해 볼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강제로라도 화두를 띄워서 우려점을 표하고, 합류한다는 가정하에 그 문제점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대응할지 또는 예방할지에 대해 강제로라도 고민해 보게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균형의 수호자


"인사전문가는 변화에 대한 요구와 안정성에 대한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데이브 얼리치는 <HR Champions>에서 HR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언제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언급했다. 그의 말을 조금 더 인용하자면,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곧 HR 담당자로서의 미덕인 셈이다. 조직 전반적인 관점에서 그래야 하듯, 역시나 면접에서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한쪽으로 너무 쏠린다 싶으면 반대쪽에 가서 시소가 번갈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 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조직적인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늘 그렇듯 면접에서 아주 깊이 있게 논의해서 결정한다 해도 사람은 늘 변수 투성이고 그런 존재들이 모여 있는 모양새가 조직이므로 앞서서 말한 방법이 모든 경우에서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면접 방법 중에서도 통계적으로 검증 확률이 높은 방법이 있듯이, 옳은 결정으로 가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것이 모호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한 사실은 있다. 한 명의 HR 담당자로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함께 자리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일단 나부터 사람과 조직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백번이고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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