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하기에 쓸 수 있는 글

글을 쓸 수가 없어 글을 쓴다

by 자유로운 풀풀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수가 없다.

마음이 뭉쳐져서 나오지 않는다.

지난 글을 읽어보니 '내가 무슨 말을 쓴 건가' 싶다.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다.

나의 글이 '가치가 있을까' 싶다.

나의 글이 '진짜 나의 말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핵심은 그거다.

나의 말이 진짜 나의 것인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누군가를 흉내 냄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읽은 것, 어디서 들은 것들로 적어낸 글이 나만의 것인 양 풀어낸 것은 아닌가 싶었다.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이젠 내 속의 것들을 내가 의심하고 있다.

이것이 정녕 내 것이 맞는지.

나는 내 속의 것들과 드러내는 글처럼 살고 있는지.


자기 검열이 심해지니 극도로 글을 사리게 되었다.

글 속에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만을 가득 세우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그러저러한 냉소적인 말들만 떠오른다.


이 또한 '다음의 나'로 도약하는 길목이겠지.


지난 것들을 내려놓자 새로운 만남들이 시작되었다.

독서모임이 그렇고, 글쓰기 제안이 그렇다.


며칠 전 브런치를 통해 글 제안이 들어왔다.

육아 관련 기업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모으고 있는데, 거기에 내 글을 몇 편 담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내 글이 인정받은 기분이었으니까.

시간이 좀 지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아는 게 없고, 아는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 온갖 생각이 떠밀려 들었다.

다음 주까지 원고를 보내달라는 안내 메일을 받고는, 숨어버리고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내 글은 모두 내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마음이 여기에 이르고 나니, 결국 다시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는 순간은 진심이었음을, 글을 쓴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진심임을 고백하고 싶어 졌다.


그리고, 이 마음을 털어 넣고 나니 새로운 글을 쓸 용기가 생겼다.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게 전하는 위로를 당신에게도 전하는 글을 쓰면 된다는 마음을 마주했다.


완벽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쓸 수 있는 것이 글이 아니니까.
조금은 부족하고, 미흡하기에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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