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이 탁월함이 되다

탁월함의 재정의

by 자유로운 풀풀

내가 읽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서점과 도서관 구경이 신나고, 새 책 표지를 만지면 설레고, 한 권을 읽으면서도 다른 책이 궁금한 사람.

난 모든 사람이 나 같은 줄 알았다.


읽기를 좋아하기에 무엇이든 읽었다. 잡지, 신문, 책, 전단지 심지어 상품 사용 설명서도 꼼꼼히 읽었다.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멍하게 있느니 글자를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함이 옳다.

초등학생 시절, 다음 학기 교과서를 집으로 가져와 바닥에 풀어놓고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던 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책 배송을 받아 행복해하는 아이 엄마가 되었다.


이전에는 읽은 것을 내 속에만 담아두었다. SNS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기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책에 가득 쓰인 메모들이 기록이었고,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이 즐거움이었다.




즐거움으로 이어가던 독서가 하루를 버틸 힘을 주는 독서가 되었다.


육아와 가사로 고단한 하루 틈에 '나'라는 존재를 일깨워주는 책.

내가 아직 살아있는 귀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책들을 탐독하며 더 이상 속에만 담아둘 수가 없었다. 책 속의 한 문장에서 파생되는 생각들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다. 24시간 중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혜를 가시적인 문장으로 남기고 싶었다. 다시 읽으면 '언제 이런 생각을?'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사유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연필을 들고 쓰기에는 생각의 속도가 더 빨랐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타이핑이 더 빨랐다. 폰이 멀리 있을 땐 주변의 아무 종이나 집어 들고 갈겨쓰고, 개인 블로그에 옮겨 적었다.


단상을 기록하다 보니, 책 리뷰를 남기고 싶어졌다.

하루하루 읽은 책의 제목과 페이지, 짧은 소감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책에 메모한 것을 옮기기도 하고, 포스팅을 하며 떠오르는 데로 적기도 했다.




적다 보니, 재밌었다.

재밌으니, 잘하고 싶어 졌다.


SNS 활동을 제대로 해보고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포스팅을 어떻게 하는지, 키워드는 무엇인지, 사진은 어떻게 꾸미는지. 신세계에 입문한 생초보 블로거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한 달을 달렸다.

한 달, 두 달, 세 달째에 접어들자 처음의 열정이 좀 가라앉았다.


"이걸 해서 뭘 하지?"

현타가 온 것이다.




그냥 하고 싶었던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하는 것,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책 읽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도서 리뷰와 글쓰기.


'도움이 되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니 즐거움이 생겼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졌다.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해 보니 참 좋은 책 읽기를 함께 하고 싶어 졌다.

2주 단위로 운영되는 독서모임은 벌써 3기가 시작되었다.

큰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소소하게 10명 정도가 모여 꾸준히 책을 읽고 나누고 있다.







좋아하는 활동, 관심 있는 활동이
탁월함이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잘 모르겠다.

내가 아직 탁월함에 이르기에 충분하지도 모르겠다.


이렇다 할 번쩍이는 결과물이 없이, 무언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라는 것만 알겠다.

좋아하는 활동, 관심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탁월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타인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까? 100명의 타인이라면 적절할까? 적어도 1만 명은 되어야 하는 걸까?


내가 인정하면 되는 걸까? 1시간 걸리던 활동이 50분에 마무리되면 되는 것일까? 한 달 전보다 기량이 좀 더 향상되는 것일까?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일정 시간 이상을 몰입하다 보면, '잘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이만하면 좀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만 채우면 될 것 같은데.'라며 판단한다.


마음이 앞서니, 기준이 올라가고.

기준이 올라가니, 만족이 더디다.


즐거움으로 채워가던 시간들에 결과를 만들어야겠다는 비장함이 끼어들려는 요즘.

'탁월함'을 나의 언어로 재정의 해 본다.


탁월함이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해 나가는 태도.
힘든 순간에도 즐거운 마음이 일어나는 경지.

by 자유로운 풀풀


좀 우습기도 하다.

1등, 최고, 일인자가 빠진 탁월함이라니.


허나, 등수가 빠진 탁월함이기에 더 탁월하지 않은가?


단순한 수치로 매길 수 없는 '삶의 태도'라니.

그 누구가 아닌 나 자신만이 알아차리고, 인정할 수 있는 '경지'라니.


하루를 마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만하면 탁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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