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6년 휴직의 마지막을 보내며 뭔가를 하고 싶어 졌다. 6년간의 휴직. 이렇게는 그냥 끝내버리고 싶지 않았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 되기, 블로그 활성화하기, 네이버 인플루언서 되기. 시차를 두고 하나씩 성취했다.
인플루언서, 카카오 채널까지 오픈하고 나니 욕심이 더해졌다. SNS 활동을 좀 더 세련되게 활성화시키고 싶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브랜딩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노트도 만들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을 뻔했는데, 부동산 공부까지 시작했다. 부동산 책 모임, 부동산 강의까지 하나씩 섭렵해갔다.
24시간이 부족했다. 쉴 틈 없이 달리고 달리는데도 부족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몸 건강을 챙기기 위해 30분 운동 시간을 낼 여유도 없었다.
복직이 한 달 남은 2월. 일주일 정도 모든 것을 쉬었다.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했다.
부동산 강의를 몰아치듯 듣지 않고, 듣고 싶을 때만 여유가 생길 때 들었다.
브런치를 쓰고 싶지 않아, 쓰지 않고 멈췄다.
블로그는 하고 싶은 말만 썼다.
인스타그램은 잡다한 것들만 올렸다.
유튜브와 카카오 채널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재테크 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육아를 점검할 수 있는 책으로 바꿨다. 나의 본캐, 육아맘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또 다른 본캐, 초등 교사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 워킹맘의 자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을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멈추고, 나를 점검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멈추자, 불안했다.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 같았다.
블로그를 더 세련되게 탈바꿈해서 이름 모를 다수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브런치에 쓴 멋진 글들로 다수의 독자층이 생기고, 이름 모를 편집자가 원고 제안을 해 주기를 바랐다. 유튜브에 찍은 그럴듯한 영상들로 유명세를 타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유기체로 작동하여 또 다른 파이프라인, 노후 준비의 한 기둥이 되기를 바랐다. 당장 이것들을 착착 수행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사라질 것 같았다.
이름난 부동산 강사들처럼 5년간 미친 듯 투자에 열을 올려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올라타지 못한 상승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2년간 발이 부르트도록 임장을 가고, 저축에 대출을 한껏 받아서 투자와 투자를 반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하지 않으면 당장의 벼락 거지신세를 모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강사들처럼 노력에 노력을 해서 7년 뒤 재야의 고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노후가 탄탄하게 준비되리라 생각했다. 당장 이것들을 실천하지 않으면 벼락 거지에 가난을 면치 못할 것만 같았다.
불안을 바라보자, 거짓이 드러났다.
브랜딩이 유행이다. 자기 계발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을 내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래서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재테크가 붐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무엇이든 해야 하는 분위기다.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서 로드맵을 제시한다.
브랜딩과 재테크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소수다.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브랜딩과 재테크에 도전하지만, 선봉에 서서 광채를 드러내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백 명이 되려나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유행을 타듯 교체된다. 소수의 뒤에서 제자를 자청하고, 연줄을 자랑하며 따라가는 사람들은 다음 샛별로 자신을 지목해주기를 바란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광채를 드러내며 탁월한 성과를 드러내어, 스스로 연줄을 창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브랜딩과 재테크에서 탁월한 성과를 드러내야만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독보적인 브랜딩과 괄목할만한 재테크 실력을 갖추어야 '제대로 한 것'이라고 인정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거지?
인정을 받으면 무엇에 쓰지?
나의 본캐는 아내이자, 엄마다. 곧 초등교사, 워킹맘이라는 본캐가 더해질 예정이다. 세 가지의 역할의 1순위가 이따금 바뀌겠지만, 본캐인 아내, 엄마, 교사의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
내가 브랜딩과 재테크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부캐다. 작가와 인플루언서, 재테크 쫌 해서 노후준비하는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딱 그만큼의 부캐였다. 본캐를 마무리하는 50대 후반의 어느 시점에 쌓아놓은 부캐들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살아온 경험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저축하며 불려 온 돈을 적절히 배치하며, 타인에게 조금은 이로운 역할을 하는 사람.
당장 인정을 받아야 할 누군가가 없었다. 인정을 받더라도 그것을 당장 활용할 수도 없다.
난 본캐에 먼저 집중하기를 원하니까.
부캐는 본캐를 돕는, 삶을 보조하는 부캐일 뿐이니까.
브랜딩과 재테크로 하루를 꽉 채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행복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고마움이다.
그 활동이 부캐가 되는 것은 기적이다. 그것을 향한 자신의 열정이 또 다른 부캐를 탄생시킨 것이다.
부캐가 만들어지면, 본캐와의 조화가 필요해진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다.
'본캐에 할애되던 에너지' 중 약간의 노력을 부캐에 기울일지.
'본캐를 할애되던 에너지' 중 대부분의 노력을 부캐에 투자할지.
어느 쪽도 좋다.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추는 것이다.
난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부캐에 집중했다.
부캐를 강화시켜 단단하게 자리 잡게 만들고 싶었다.
이제 다시 결정한다.
본캐에 집중하기로.
부캐를 향해 기울이던 노력들을 본캐에 조금 더 쏟아붇기로.
지금은 그럴 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