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다니는 교회에 확진자가 생겼다

by 자유로운 풀풀

연휴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해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지난주 시가 식구들과 모임을 가졌으니, 연휴에는 가까이 살고 있는 친정 식구들만 챙기면 되었다. 5일간의 긴 연휴를 집에 콕 박혀서 있을 자신이 없었기에, 친정에 가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전화가 연결되고, 친정 엄마의 첫마디에 나의 기대는 무너졌다.

"아이고, 교회에 확진자가 생겼어."

친정 부모님도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교회에 누구누구가 걸렸고, 어떤 일이 있었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엄마를 향해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게 내가 당분간 교회 가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도 걱정이 되는 마음에 오래간만에 전화 온 딸에게 이런저런 소식을 전한 것인데, 하나뿐인 딸은 위로보다 비난을 내뱉었다. 이번 연휴는 만나지 말자는 모진 말까지 퍼붓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만나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말투가 모질었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그냥 좀 적당히 들어드리면서, 함께 걱정하면 됐을 일인데.

연휴 같이 보내고 싶었는데, 못 보내게 되어 너무 아쉽다고 마음을 전하면 됐을 일인데.

뭐가 그리 화가 났을까.


화라는 감정 이면에 숨은
나의 진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충고, 조언, 비난 뒤에 숨겨진
나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걱정되었다.

부모님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부모님의 치료와 앞으로의 건강이 염려스러웠다.

일주일 한 시간 정도 방문한 우리 가족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억울했다.

요즘 우리 가족은 외식, 바깥나들이도 일절 하지 않았다.

여섯 살 된 두 딸들이 키즈카페 노래를 불러도 살살 달래며 단지 내 놀이터만 활용했다.

만약 부모님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친정 집에 한 시간 방문한 우리 가족도 검사를 받아야 할 터였다.

바깥으로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라도 사 먹다가 검사하면 좀 덜 억울할 것 같았다.


아쉬웠다.

5일간의 긴 연휴.

같은 시에 사는 친정부모님과 하루나 이틀 정도 만나고 싶었다.

어디 나가지는 못해도, 집에서 같이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며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친정부모님과 남편 모두 부스터 샷 접종완료자다. 난 다음 주 예약이다.)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좀 맡겨놓고 한 시간이라도 방에 드러누워있고 싶었다.


걱정되었고, 억울했고, 아쉬웠다.


난 그 마음을 '충고, 조언, 비난'의 말들로 내뱉었다.

그리고 화를 냈다.


말을 내뱉으면서 인식했다.

이건 나의 잘못된 오류라는 것을.

그렇지만 순식간에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은 어떻게 멈출 수가 없었다.

명상을 하고, 마음 수련을 하면 뭣하냐. 휴.


부모님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글을 쓴다.

음성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복잡하다.


명절이 잘 지나가길.

시국이 좀 잠잠해지길.

치료제가 얼른 개발, 유통되어 감기처럼 쉬이 넘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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