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자]를 읽다가
에르노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몽롱하게, 때로는 지나칠정도로 세밀하게, 기억을 길어 올린다.
심지어 가족의 자궁이 되어버린, 내 자궁에도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매몰된 곳이 바로 거기다. ... 고독. 나는 가정의 수호자, 식구들 생필품과 유지보수 담당자가 되었다. 역할 수련의 맨 마지막이 이뤄진 곳도 안시다.
나는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끊임없이 이해해야 하는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다. 미소 지으며 그를 맞아주지 않았고, 뜨거운 음식을 식탁에 올리지 않았고, 골칫덩이 아이를 그의 눈에 띄게 두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조금씩 먹는 간식이 나의 패스트푸드였는데, 식탁의 의식을 상기시키는 접시도 식기도 없이 먹을 수 있고, 계획하고, 구매하고, 준비해야 하는 지긋지긋한 음식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선생은 여자에게 정말 멋진 직업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기 좋은 많은 방학, 꿈, 요컨대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고통을 주지 않는 직업,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 돈을 번다, 훌륭한 아내이자 훌륭한 엄마로 남는다, 그러니 누가 이 직업에 대해 불평하겠는가.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나의 수련 기간은 끝났다. 그 후로는 익숙해진다. ... 얼어붙은 여자. ... 쇠락이 바로 앞에 와 있다. 이미 나는 그런 얼굴이다.
여자로서의 나의 모든 이야기는 투덜거리면서 내려가는 계단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