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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Apr 03. 2022

이미 괜찮은 엄마인걸.

꽉 찬 감정 덜어내기

아침부터 생각이 복잡하다.

일어난 지 두 시간 만에 감정 그릇이 찰랑하게 다 채워졌다.

투사. 투사. 투사.

투사라는 것을 알지만 , 이렇게 머릿속이 꽉 차 버린 상황에는 이성적인 판단이 먹히지 않는다.


멈춤.

멈춤.

멈춤.


멈춤이 필요하고, 비워내기가 필요하다.

생각을 쓸어낼 시간이 필요하다.


간당간당 겨우 버텨내는데,

연이의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맛있는 거 달라.

어제 놀러 간다 그랬지 않냐.

밥이 이상하다.


평소라면 유연하게 대처했음 직도 한데 (응? 정말?)

오늘은 그게 안되었다.

오은영 박사님을 빙의했다는 핑계로 불필요한 엄격함의 잣대를 들이대는 꼴이라니.


투사로 경계 지수 발동 중인 마음에 아이를 향한 죄책감까지 가해지니, 도무지 버텨낼 재간이 없다.



글쓰기는 적절한 도구다.

꽉 찬 마음을 문장으로 풀어내다 보면,

무의미한 순간이 유의미한 깨달음으로 전환된다.


머릿속이 다 비워지지 않더라도,

신체적 정서적 반응들이 뚫고 나갈 틈을 벌여준다.


오전부터 날 짓누른 것은 '좋은 부모'였다.

육아에도 전념해야 하고,

똑똑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재테크 포함),

자기 계발을 통해 발전해야 하는

좋은 부모.


사는 대로 살아가기에도 벅찰 때가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더 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지면,

견디기 어려운 자기 불만족과 죄책감이 일상을 짓이겨버린다.


어떤 말이든 써 내려가다 보니

지금도 에너지 100을 소진하며 살아내는 내가 보인다.


좀 쉬어도 되고,

좀 안 해도 되고,

좀 편해도 된다.

그리해도 인생이 마구 꼬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지금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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