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로운 풀풀 Dec 04. 2022

서른아홉을 앞두고

책 작업이 한창이다.

지금은 저자 PC 교 중이다.

편집자님께 받은 파일을 내가 수정하는 작업이다.


주말 저녁, 남편에게 아이들 육아를 맡기고 독서실로 걸어갔다.

책 작업 과정을 생각하다가,

내 나이가 떠올랐고,

십 년 전의 나도 떠올랐다.


스물여덟의 나는 정서적으로 꽤 불안했다.

서른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결혼이라는 고리타분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할 수 있었다.)


반대로 스물여덟이었던 나의 직장생활은 탄탄대로였다.

동기들보다 월등하게 앞선 연구 점수, 부장교사 경력으로

멈추지만 않고 그대로만 쭉 이어가면 진급은 문제없었다.


이듬해 스물아홉, 남편을 만났다.

서른, 결혼을 했다.

서른하나, 두 번의 유산을 겪었다.

서른둘, 휴직 후 임신 및 출산 준비에 몰두했다.

서른셋, 딸 쌍둥이가 태어났고

이후 6년이 순식간에 흘렀다.


지금 나는 서른아홉을 코앞에 둔 서른여덟이다.

십 년 전의 나와는 참 다르다.


서른여덟의 나는 정서적으로 꽤 안정적이다.

서른여덟의 나의 직장생활은 가느다랗다. 앞으로도 가느다랗게 조용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서른여덟의 나는 또 다른 취미가 생겼다.

책을 읽고, 모임을 꾸리고, 책을 쓰며, 사람들을 만난다.

직장생활에서 승진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사회생활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십 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십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모습을 1도 예상하지 못했듯

십 년 후의 내 모습도 상상을 뛰어넘는 멋진 모습이 되어있겠지?




승진의 길과 멀어졌음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요즘도 그 길에 들어서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다.

"나도 여기 있다고요"라며 소리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길에 뛰어들어 뛰지 못한 트랙까지 초고속으로 달릴 마음은 없다.

난 다른 트랙 위에서 걷고 있고

이 또한 만족스럽고 풍요로운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길이든 후회는 따르기 마련이라지만

어느 길이든 좋은 부분이 있다고 고쳐 말하고 싶다.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닫힌 문만 바라보면 세상은 닫혀있는 듯 하지만

상실의 고통을 지나고 나면 열린 문이 보인다.


마음을 털어냈으니

자, 책 쓰자.





매거진의 이전글 퇴고의 끝자락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